매일신문

[대구의 공원]동촌유원지

세월 담은 구름다리 바람에 출렁이고…

동촌유원지는 40,50대 장년층이 유년시절이었던 1970, 80년대 초만 해도 대구 인근에서 대표적인 시민 휴식처로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던 꿈의 놀이터였다. 그곳에 가면 회전목마와 아슬아슬한 출렁다리가 있었고 평소 먹어보기 쉽지 않았던 솜사탕이며, 닭백숙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시원한 버드나무 그늘 아래 매인 놀잇배 하며 맑은 금호강 물은 당장이라도 노를 젓거나 옷을 훌렁 벗고 뛰어들고 싶은 유혹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동촌유원지는 간혹 지나는 아양교 다리에서 보이는 구름다리, 그리고 강변의 오리 배와 달랑 한 척 뿐인 유람선이 예전의 명맥을 잇고 있다.

한여름 대구시민들의 피서지였던 동촌유원지. 그 대표적 상징물인 구름다리 앞에 섰다. 구름다리 옆 숲은 정비가 안 돼 황량한 느낌마저 든다. 구름다리로 올라가는 콘크리트 계단은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다. 통행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 정도. 간이음식점이 있는 구름다리 입구에 서자 때마침 부는 바람이 현수교인 구름다리를 마구 흔들어댄다. 이용료가 편도 어른 1천원, 어린이 700원이다.

길이 250m의 구름다리를 건너는 재미는 바람에 따라 출렁거리는 흔들림에 있다. 얇은 판자 사이로 물결이 일렁거리는 금호강이 유유히 흘러가지만 교각 위를 지날 때면 '끼이익'거리는 쇠 마찰음이 등줄기에 소름을 돋게 한다. 구름다리가 세워진지 올해로 40년째. 동촌유원지는 이 다리가 세워지면서 역사를 시작했다. 이전엔 나룻배가 강을 오갔다.

건너편에 다다르자 강변바람이 숲을 훑고 간다. 유일한 유람선도 정지해 있다. 오리배도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물결에 뱃전을 맡길 뿐 이용하는 사람은 없다.

한켠엔 강변을 따라 식당들이 즐비하다. 한 가게 안, 멈춰버린 벽시계가 동촌유원지의 현재 시간을 말해준다. 그래도 한적한 식당들 중에서도 몇몇 곳엔 손님들이 있다. 나들이 온 시민이라기 보다는 아베크족들이 대부분이다. 한 식당 주인은 "주중엔 공치는 날이 많고 주말에야 겨우 20,30명의 손님을 받고 있다"고 했다.

식당가 뒤로는 모텔이 빼곡하다. 추억의 놀이기구는 모텔 사이 작은 공터에 있다. 기종도 9종 뿐이다. 모두 멈춰있다. 그마저 운영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오락기구 타실 분 연락처'안내문만 붙어있다.

놀이터를 운영하는 이태규(62)씨는 "70년대만 해도 동촌유원지는 최고의 전성기였다"고 회고하면서 "하지만 80년대 초 오락기구가 현재의 위치로 옮겨지고 모텔이 난개발되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한눈에 봐도 어린이들이 즐기는 오락기구 주변으로 모텔들이 찬란한(?) 간판을 번쩍이고 있었다.

40년을 동촌유원지와 함께 한 이씨의 말을 빌면 80년대 마이카 붐이 일면서 가족나들이의 영역이 넓어진 것도 유원지 쇠락의 한 원인이 됐다. "동촌유원지도 망우공원과 광복회관을 연계한 정비작업만 시행된다면 새로운 시민휴식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고 보니 동구문화회관도 유원지와 가깝다.

한때 대구의 랜드 마크였던 동촌유원지. 물과 숲이 어우러진 공간이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부족한 레저'체육시설을 보강하는 등 대대적인 탈바꿈이 필요하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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