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 특별전형·학점 인정…입사 가산점까지…헌혈증은 '만능키'

▲ 되풀이되는 혈액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다양한 헌혈 인센티브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헌혈의 집에서 헌혈하고 있는 학생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되풀이되는 혈액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다양한 헌혈 인센티브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헌혈의 집에서 헌혈하고 있는 학생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자성규(24·대구대 관광경영학과 3년)씨는 헌혈횟수가 50회를 넘어선 '헌혈 마니아'다. 2000년 만 16세가 되면서부터 시작한 헌혈이 습관으로 굳어져 요즘은 2주에 한번씩 꼬박꼬박 성분헌혈을 계속하고 있다. 자씨는 "처음 대학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학점 욕심이 컸지만 지금은 사회에 작은 기여를 한다는 기쁨으로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헌혈횟수 100번을 채우는 것. 중구 '헌혈의 집'에 있는 100회 헌혈자들의 핸드프린팅을 보고는 '나도 해보자'고 결심했다는 것. 자씨는 "횟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헌혈을 생활습관으로 만들려면 목표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다양한 혜택, 헌혈의 기쁨!

헌혈을 하면 빵과 우유를 준다? 이건 옛날 일이다. 요즘은 문화상품권과 여행용 세면도구세트, 화장품 등 다양한 기념품이 헌혈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대학입시와 학점, 취업 등 무한경쟁의 과정에 '헌혈증'은 각종 고난을 뚫는 든든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일부 대학들은 입시에서 헌혈자에 대한 특별전형을 한다. 대구대의 경우 고교 재학중 헌혈 횟수가 6회 이상이면 '자기성취자' 특별전형에 응시할 수 있으며, 경원대도 10회 이상 헌혈자에 대해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또 서울여대는 150시간 이상 자원봉사자에 대한 특별전형에서 헌혈은 1회당 10시간의 봉사시간을 인정해 주고 있다.

헌혈로 학점도 딸 수 있다. 대구대는 '사랑의 헌혈운동'을 적극적으로 펴기 위해 1998년부터 2학점짜리 사회봉사과목의 하나로 학기중 3회 이상 헌혈을 하면 1학점을 인정해주는 헌혈 학점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만 3천323명이 학점신청을 해 이 중 1천171명이 헌혈로 봉사학점을 땄다.

심지어 '헌혈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다. 충남 논산 건양대는 헌혈 1회당 2점씩 20점 이상이 쌓이면 1점당 1만원씩 계산해 다음 학기 등록금을 감면해 준다.

신한은행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헌혈증서를 제출하면 서비스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탑스 캠퍼스 플랜 저축예금' 상품을 운영 중이다. 학업이나 외국어 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헌혈, 장기기증, 봉사활동 등 사회활동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헌혈은 입사 경쟁을 통과하는 데도 보탬이 된다. 대한적십자사는 30회 이상 헌혈자에 대해 채용시 가산점을 주고 있으며, 국민연금관리공단은 10회 이상 헌혈자에 대해 입사 서류심사에서 우대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신세계 SK그룹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은 서류심사 때 가산점을 준다.

◆그래도 부족한 헌혈

이처럼 각계에서 '헌혈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혈액 부족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의 헌혈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05년 19만4천명이었던 것이 2006년에는 18만9천명, 지난해에는 15만7천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헌혈의 상당 부분을 군과 학교 등 단체헌혈에 의존하다 보니 방학 기간에는 만성적인 혈액공급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헌혈이 가장 많았던 달은 4, 5월로 1만5천건을 넘어섰으나 7월과 8월, 12월에는 1만1천건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헌혈자 가운데 10대와 20대 비중이 전체의 83%에 달해 30대 이상의 헌혈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십자사의 회원으로 가입해 정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할 것을 약속하는 등록헌혈제 활성화도 중요하다. 현재 대구의 등록헌혈자수는 모두 2만5천명으로 전체 헌혈자의 16% 수준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 14일은 '세계 헌혈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국제수혈학회, 국제헌혈자연맹 등 4개 국제기구가 공동으로 제정했다. ABO 혈액형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칼 랜드슈타이너(Karl Landsteiner) 박사의 탄생일을 기념해 이날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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