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출신 류성걸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

"국비확보 애쓰는 대구경북 他시·도 전략 참고할 필요"

"Make your hands dirty(손을 더럽혀라)"

기획재정부의 류성걸(52) 예산총괄심의관은 인터뷰 도중 유학 시절 얘기를 하다가 뜬금 없이 이런 말을 하고는 '공부 잘하는 비법'이라고 소개했다. 1980년대 중·후반, 석·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미국에서 유학 중일 때 지도 교수로부터 들은 조언이란다. "공부를 할 때는 책을 펴놓고 눈으로만 할 게 아니라, 손으로 써 보고 오려 붙여보기도 하고, 만들어 보기도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공직 생활을 한 지 근 30년이 되는 만큼,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담이 적잖을 것 같다고 했더니 또 다시 '공부' 얘기로 돌아갔다. "유학 때 경제학 문제를 풀기 위해 새벽 5시까지 공부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던 적이 있는데, 꿈속에서도 계속 문제를 풀었다…. 어릴 적부터 '공부 못하면 농사지어야 한다'는 말을 선친으로 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고, 그래서 죽어라고 공부만 했다."

그래서인지 행정고시도 재학 중(대학 4학년) 합격했고, 그것도 선두권이었다고 한다. 공직 생활 중 미국에 유학가서도 석사(경제학·행정학)·박사(경제학) 학위를 3개나 땄다.

부하 직원들에게도 공부를 강조하고 있다. 기회날 때마다 책, 특히 전문 서적을 많이 읽고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도 하고 해서 실력을 쌓을 것을 당부한다고 한다.

지자체가 각종 사업을 기획하고 국가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사업 발굴 과정에서부터 전문가와 경제계 인사·공무원 등이 협의체 같은 것을 만들어 머리를 맞대고 깊이 고민해야 하며, 예산 확보 과정에서도 관련 부처의 실무자 등을 자주 찾아가 사업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

또 예산을 많이 따내기 위해서는 사업 구상 과정에서 지역만을 생각하는 제한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사업을 기획할 때 대구·경북 지역만이 아니라, 영남권 전체 나아가 국가 전체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요즘 지자체마다 바이오나 IT 산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데 여기에서 이기려면, 넓은 시야로 사업을 구상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예산 확보 노력은 어떻게 보느냐고 했더니 "과거보다는 설명 자료도 많고 예산을 따내기 위해 더욱 애쓰는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시·도의 사업 자료 등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고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그는 "대구·경북이 고부가가치 산업을 지향해야 하나, 어떤 사업을 할지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방 바이오 산업의 경우 대구는 약전골목도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게 된 것은 대구와 경북이 적극적으로 상호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전통 산업인 섬유업도 부가가치가 높은 쪽을 찾아 주력해 나가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

류 심의관은 "나라 전체적으로 경제가 어렵지만, 지역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며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유치나 신규 사업 구상도 좋지만 경제 회생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망과 단체장 등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라고 말했다.

균형 발전에서도 지역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때 관련 예산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역 국회의원들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균형발전 재원의 배분에서 대구·경북 지역이 불리했었다"며 "앞으로는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안동 출신인 그는 대구로 유학, 경북고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거쳐 행시 23회로 관계에 들어갔으며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기획재정부 등에서 예산과 균형발전·정부 개혁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았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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