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청와대 수석 권력사유화' 발언에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대구경북(TK) 출신 인사들이 냉가슴만 앓고 있다. 그가 겨냥한 칼끝이 TK를 향하고 있고, '인적쇄신=영남배제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TK 말살?=정 의원의 공격을 받고 사표를 낸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과 퇴진이 유력한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각각 칠곡과 상주 출신이다. 정 의원에게 인사 청탁했다는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도 남편이 대구 출신으로 범TK로 분류된다. 게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설이 나돌고 있는 정종복(경주) 전 의원마저 그의 공격에 휘청대고 있다. 정무수석설이 있는 권오을 전 의원마저 파편을 맞을 조짐이다.
그와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이상득 의원(포항)은 특히 대구경북의 구심점이라는 점에서 대구경북 인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높다.
경북 출신 한 의원은 "이 의원의 2선퇴진 요구를 하는 소장파들 대부분이 정 의원과 가까운 수도권 출신 의원이라는 점에서 'TK 말살 음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이 없다=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 공직자 인사를 담당했던 경북 출신 한 인사는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공기업 인력의 출신지별 분포를 보고 너무 놀랐다고 한다. 주요 보직에 대구경북 출신은 거의 없고, 제대로 경력이 관리된 중간 간부는 더더욱 없었다는 것. 특히 국정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과 기획재정부, 금융계 등 경제 관련 분야의 사정은 더욱 심하다고 한다.
TK인맥의 고갈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에서 시작돼 김대중(DJ) 전 대통령 때 완결됐다. YS때 TK인맥 제거가 얼마나 심했던지 당시 대구경북에서는 'YS를 찍은 손가락을 잘라 버려 낙동강에 둥둥 떠다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나돌았다. DJ때는 그가 당선된 뒤 국정원 광주지부 직원 전원이 서울로 왔다는 소문이 돌 만큼 호남인맥이 정부 주요 포스트를 장악했다.
◆TK 역차별 안 된다=실용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100여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TK역차별 움직임이 감지되자 대구경북 지역에선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고개를 들고 있는 '영남 배제론'이 결국 'TK 배제론'으로 역차별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조각과 청와대 수석 인선에서 영남 인사는 참여정부 때보다 오히려 적었으나 '호남 소외론'이 제기되면서 차관 인사에서 호남 출신이 대거 발탁됐다. 더욱이 요즘의 '영남 배제론'은 당초 '소설' 수준이었으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간접 확인'하고, 이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총재의 15일 회동에서 다시 거론돼 실체를 띠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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