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허태열 의원이 19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한나라당 경선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 당권경쟁은 박희태 전 의원과 정몽준 최고위원 간의 2강 대결로 압축되면서 3선의 김성조 의원, 재선의 공성진, 진영, 박순자 의원 등이 뒤쫓는 재미없는 구도로 진행돼왔다. 김 의원과 진 의원은 그동안 친박계가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친박 성향의 대의원 표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으나 이날 허 의원의 가세로 선거구도는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초 허 의원은 당 대표경선 출마 여부를 두고 박 전 대표의 적극적인 동의를 받지 못해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친박 인사의 복당 문제 등을 놓고 당 지도부와 박 전 대표 간에 갈등 기류가 빚어지면서 허 의원도 출마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허 의원은 최근 당에서 복당 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도 친박계가 한사람도 출마하지 않을 경우 친박 진영의 전당대회 보이콧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막판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허 의원은 "애초 스스로 판단에 따라 이번에는 출마하지 않을 결심을 했던 것인데, 마치 박 전 대표가 말렸다느니 전당대회 보이콧이니 유언비어가 증폭되고 이러다간 오히려 박 전 대표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 같았다"면서 "내가 십자가를 매겠다는 심정으로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허 의원이 출마함에 따라 친박 표를 노리고 나선 김성조 의원과 진영 의원 캠프는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즉각 박 전 대표의 입장을 확인한 뒤 허 의원과의 합종연횡 가능성을 타진하고 나서는 등 전략 수정에 돌입했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 측은 강재섭 대표 측의 지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30여명에 이르는 친강재섭 원내외 인사들과 대구경북 대의원들의 대대적인 지원을 확보한다면 무난하게 당선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직까지 박 전 대표가 명시적으로 지지후보를 밝히고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친박 대표격인 허 의원에게 친박 성향 대의원 표가 쏠릴 경우 박 전 의원과 정 최고위원 간의 1위 다툼도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의원 측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 등 친박 성향의 대의원들이 1표는 박 전 의원에게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허 의원이 출마함에 따라 허 의원과 김성조 의원이 각각 나눠 가질 경우, 정 최고위원에게 밀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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