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술 이야기]호프이야기

호프(Hop)란 과연 무엇일까? 중세 이래 유럽의 맥주 제조업자들은 수 많은 향료식물과 약초를 맥주발효액에 넣었다. 그 중에 가장 좋다고 인정된 것이 바로 호프이다. 중세 이전까지는 맥주에 약초를 넣지 않았으므로 우리나라 탁주와 흡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쉽게 말해 보리막걸리로 보면 된다. 맥주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류가 호프를 맥주제조에 쓰면서 비롯 됐다.

다년생 넝쿨식물의 꽃으로 작은 솔방울 같이 생긴 호프는 냉량성 식물로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순조로운 곳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는 강원도 횡성 지방에서 재배하고 있으나 수요에 공급을 맞추지 못해 해마다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다. 북한이 중요 수출품목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 산 호프는 품질이 좋기로 정평나 있다.

호프는 맥주의 맛과 신선도를 높여주고 특유한 향미와 상쾌한 쓴맛을 부여하면서 발효조의 잡균번식을 막아주고 맥주의 부패를 방지해주는 신비의 약용식물이다. 아울러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준다. 맥주가 신장결석증에 좋다고 하는 것은 바로 호프의 탁월한 이뇨작용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가끔 호프농장에서 일하던 여성 인부들이 2~3일마다 생리를 하고, 남자가 젖가슴이 부풀어 오르기도 하였다는 설이 있다. 이 또한 호프가 함유하고 있는 여성호르몬의 작용 때문으로 보여진다. 중세의 수도원에서는 수녀들의 생리가 불순하면 호프를 끓여 먹였다고 한다.

또한 호프를 베게 속에 넣고 자면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호프의 노란 가루 속에 진정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맥주에 거품이 일어나는 것은 호프 속의 수지와 유기산 성분 때문이다. 이처럼 호프는 맥주의 거품을 보다 좋게 하기 때문에 독일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녹색의 황금'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런 호프를 이용해 만든 맥주는 어떻게 마시는 것이 좋을 까? 맥주를 맛있게 마시기 위한 방법으론 어떤 게 있는지를 알아보자. 우선 맥주는 보관 온도에 따라 맛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름에는 6~8℃, 겨울에는 8~10℃가 가장 이상적인 맥주온도이다. 온도가 높으면 거품만 나오는 소위 '김빠진' 맥주가 되고, 반대로 혀가 시릴 정도로 차가우면 거꾸로 맥주 맛이 싱거워진다. 5℃ 이하로 온도가 내려가면 맥주 속의 단백질이 엉켜서 혼탁해지기도 한다. 특히 맛있는 맥주를 즐기려면 마시기 3~4시간 전에 냉장실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성질이 급한 사람들은 냉동실에 넣기도 하는데 급격한 온도의 변화는 맥주 맛에 악영향을 끼친다. 냉동 맥주는 해동을 한 이후에도 원래의 맛과 향이 살아나지 않는다.

또 맥주는 차고 깨끗한 유리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좋다. 유리잔에 기름기 같은 것이 끼어있으면 표면장력이 떨어져 거품이 잘 생기지 않게 된다. 그리고 유리잔을 냉장실에 넣었다 술을 따르면 상당시간 맥주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어 적당한 온도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주석으로 만든 잔에다 맥주를 따라 마시면 더욱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유리로 만든 맥주 잔은 미리 수돗물에 헹구어 기름기가 없는 곳에 엎어 놓고, 자연스럽게 물기가 날아가도록 말리는 것이 헝겊으로 닦아내는 것 보다 더 좋다.

맥주를 마실 때 단맛이 나는 안주보다 약간 짭짤한 맛이 나는 안주나 과일·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두부 찌게나 생선부침 같은 우리의 전통음식도 알고보면 꽤 맥주와 어울리는 안주이다. 신영휴(금복주 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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