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종류의 초목들이 250년 된 왕버드나무에 생명을 싹 틔우며 함께 동거하고 있다는 따뜻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험한 사건과 사고소식이 난무하는 뉴스시간에 흘러나왔으니 얼마나 가뭄에 단비 같은지 귀가 번쩍 뜨였다. 쥐똥나무가 흰색 꽃봉오리를 맺고, 까마귀밥 나무는 둥근 톱니모양의 잎을 피웠으며, 팽나무와 산사나무, 그리고 장미과 식물인 이스라지도 한자리를 잡고 초록 잎을 쏘아 올리는 중이란다. 그야말로 '한 지붕 13가족'인 셈이다.
13가족 중 어느 누구도 왕버들에게 터전을 잡아도 좋은지 의사타진을 한 적이 없으리라. 해서 엄밀히 말하면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리공생'이기보다 왕버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제 의지대로 자리 잡고 기생하게 된 것으로 이건 확실히 '편리공생'에 해당된다. 그렇더라도 한 지붕 아래 더불어 살 수 있는 것은 일정한 룰에 의해 서로를 배려하는 나름의 '공존의 법칙'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 식구 되어 한몸에 자라는 초목들에게 기꺼이 서식처를 허락한 왕버들의 넉넉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참으로 너그럽기도 하지!
우리는 수많은 관계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협상도 하고 거래도 하며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에 무심코 길들여져 있다. 주는 것을 계기로 받는 것을 기대하며 '전략적 거래'를 모색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으려고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밑지고 싶지 않은 이기심이 숨겨져 있어서일게다. 하지만 세상살이에 더러는 손해도 보고 타인을 배려도 하며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함'의 사전적 의미를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인생의 곳간에 알곡을 채우는 의미있는 삶이지 싶다. 하나를 잃으면 둘을 잃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둘을 잃으면 다 잃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는 여유를 가져봄은 어떨까.
상담소에도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연들이 늘 출렁거린다. 몸과 마음의 상처들로 늘 북적이는 곳이다. 적지 않은 이웃들이 반목과 질시로 가슴앓이를 하며 혼돈과 흔들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러나 단언컨대 인생사에서 갈등은 늘 존재한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고, 해결의 방법이 다를 뿐이다. 갈등을 '발전'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미우나 고우나 삶의 뿌리를 내리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이해하고,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이해하고 조금 더 기다려 주는 자세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왕버들과 13가족의 공존의 지혜를 거울삼아 먼저 마음을 열고 손 내밀 수 있는 우리가 된다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김향숙(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구지부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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