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포기하는 사람들
단돈 10만원이 아쉬운 서민들에게 올 여름 휴가는 가혹할 정도다. 중소기업체에 다니는 김병윤(41)씨는 올 여름 '방콕족'을 선언했다. 가족들과 주말에 나들이 삼아 팔공산이나 다녀올 생각이다. 당초 전라도 일주를 생각했던 김씨는 기름값도 크게 오른데다 회사 사정도 어려워지면서 마음이 잔뜩 무거워져서 결국 휴가를 포기했다. 김씨는 "아껴 쓰고 쪼개 쓰면 2, 3일 휴가 정도는 다녀올 수 있겠지만 부담이 너무 커서 포기했다"며 "4인 가족이 전라도로 2박 3일을 다녀오려면 아무리 절약해도 기름값 20만원에 숙박비와 부식비를 포함하면 40만~50만원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동아백화점이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여름휴가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천194명 중 13%인 161명이 휴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휴가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그나마 휴가를 간다는 사람도 '8월 초순쯤 자가용을 이용해서 가족과 함께 2박 3일간 펜션을 이용해서 다녀올 생각이고, 휴가 비용은 1인당 10만원대를 계획한다'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경기 때문에 '짠돌이 휴가'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
비싼 휴가지 식사 대신 먹을거리를 모두 준비해 간다고 해도 비용은 지난해보다 10~20% 이상 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작년 대비 물가가 부탄가스는 11.5%, 참숯 37.8%, 커피믹스 10.4%, 쌈장 21.4%, 참치캔 35.5%, 라면 15.4%, 포장김밥 16%, 깻잎·상추 등 채소류 10~40%씩 올랐다. 대표적 휴가철 식품인 돼지고기 삼겹살도 연일 값이 뛰고 있다. 지난해 대형마트에서 100g당 1천500원대이던 삼겹살은 2천원까지 올랐다. 휴가지에서 쓰는 부대 비용까지 포함하면 서민들의 휴가 비용은 30% 이상 오르는 셈이다.
◆그래도 휴가는 간다
주요 여행사들이 조사한 설문자료에 따르면, 형편이 어려워도 여행을 가겠다는 사람이 80~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명 중 4명꼴로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SK투어비스가 홈페이지를 통해 여름휴가 여행계획이 있는 고객 7천3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참여자 중 40%인 2천913명이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30%는 동남아, 28%는 일본을 갈 계획이라고 답해 비교적 가까운 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혼인 회사원 황모(30)씨는 "친구들과 함께 '놀토'를 활용해 9박 10일 일정으로 동유럽을 갈 계획이었지만 미리 예약을 못한 탓에 비용 부담이 갑자기 커지면서 태국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에 다니는 최모(47)씨는 올해도 가족과 일본으로 떠난다. 엔화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표 참조) 하지만 '일본 여행 전문가'로 불리는 그는 그나마 저렴한 여행을 하는 셈. 최씨가 떠나려는 7월 하순 비슷한 일정의 패키지 여행 상품은 1인당 최소 비용이 70만~80만원. 최씨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지난해 100만원 조금 넘던 비용이 올해는 150만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이 급등하면서 일본 내 비즈니스 호텔에 묵어도 숙박비 부담만 작년 대비 1인당 5만원 정도가 더 들게 됐다"고 했다.
유모(43)씨는 휴가를 가더라도 움직이는 거리를 최소화할 생각이다. 기름값으로 드는 비용을 아껴서 맛있는 것을 사먹자는 생각이다. 성수기라도 1박에 7만원 정도면 즐길 수 있는 자연휴양림을 2박 3일 예약했다. 유씨는 "밤잠을 설쳐가며 인터넷 예약을 한 덕분에 저렴한 비용으로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됐다"며 "휴양림에서 고기 구워먹으며 사흘간 푹 쉬다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장거리 해외 여행은 비슷
해외 여행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유럽, 미주 등 장거리 해외여행은 큰 차이가 없다. 이들 노선은 최소한 1년 전부터 계획을 짜거나 3, 4월 한창 가격이 떨어졌을 때 미리 예약을 해둔 상태이기 때문에 지난해와 비교해도 고객 수에 별다른 변동이 없다는 것. 유럽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고나우여행사의 우경희(38) 차장은 "유로화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비용 부담도 커지고 기름값 인상에 따른 유류 할증료 때문에 항공요금도 올랐지만 미리 예약해 둔 고객들은 현지에서 쓰는 비용을 아끼면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현재 유류 할증료는 항공사와 목적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가량 올랐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들이 기름값 인상 때문에 운임에 붙이는 추가비용. 인천~LA 노선의 경우, 지난해 12월 104달러에 불과했던 유류할증료가 280달러로 올랐다. 환율 인상분까지 감안한다면 비용 부담은 훨씬 크게 느껴진다.
하루 숙박비가 20유로인 유스호스텔에 묵는다고 해도 환율을 감안하면 비용이 크게 올랐다. 환율이 1천300원일 때만 해도 하루 숙박비는 우리 돈 2만6천원꼴이지만 현재는 3만2천500원이 된다. 보통 배낭 여행자들이 20일을 머문다고 볼 때, 환율 때문에 추가 부담해야 하는 돈이 13만원이 느는 셈. 이밖에 식비나 현지 교통비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부담이 20~30% 증가한다. 우 차장은 "4인 가족이 패키지가 아니라 숙박비나 식비가 비교적 저렴한 배낭 여행을 한다고 봤을 때 20일간 머무를 경우 지난해에는 1천만원 정도면 충분했지만 올해는 1인당 최소한 300만원, 즉 4인 가족 기준으로 1천200만원은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 조금이라도 싸게 가자
여름휴가철 해외 여행상품은 출발 날짜에 따라 최대 두배 정도 가격 차이가 난다. 태국 푸껫 3박 5일 상품의 경우, 6월 말 출발은 74만원대. 하지만 극성수기로 꼽히는 8월 초 출발은 139만원대다. 휴가철이 코앞에 다가온 요즘, 저렴한 상품을 구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이르다. 일단 인터넷에서 '땡처리 해외여행'을 검색하면 이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패키지 여행상품의 경우, 당초 예정 인원을 맞추지 못한 탓에 출발 며칠 전 평소 가격보다 싼 값에 판매하는 상품이 뜬다.
환전 수수료를 아끼는 방법도 있다. 환전은 출국 1, 2일 전 거래은행을 통하는 것이 싸다. 단골 고객에게 환전 수수료를 최고 30% 이상 할인해준다. 인터넷을 통하면 더 싸다. 외환은행 '사이버환전'은 24시간 언제든 환전 신청을 받고, 공항지점 등에서 환전된 외화를 찾으면 된다. 수수료는 50%가량 싸진다.
국내 여행을 간다면 극성수기는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콘도 이용가격도 시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하이원리조트의 경우, 극성수기로 꼽히는 7월 25일~8월 16일까지는 최고 요금이 적용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마운틴콘도의 경우, 객실수가 가장 많은 디럭스룸을 이용해도 하루 29만4천원을 부담해야 한다. 7월 18~24일·8월 17~23일까지 주중 요금은 25만4천100원으로 떨어진다. 물론 주말에는 극성수기와 똑같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런 기간을 피해서 간다면 요금은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 비수기로 꼽히는 기간 중에는 디럭스룸 하루 이용가격이 주중에는 10만8천900원, 주말에는 14만5천200원이다. 이보다 비용이 다소 싼 밸리콘도 역시 가장 작은 온돌방을 기준으로 극성수기에는 13만2천원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비수기에는 주중 4만9천500원, 주말 6만6천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
김수용기자
♠ 숙박비 아끼는 사이트 'couchsurfing.com'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해외 여행객들은 여행계획을 짜는 데 더 골머리를 앓게 됐다. 비행기표 사는 데 돈을 쓰고 나면 이미 지갑은 너무나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숙박비라도 아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런 고민을 하는 여행객들이 숙박비를 '완벽하게' 아낄 수 있는 길이 있다. 여행객의 꿈을 현실화한 '카우치 서핑 프로젝트(The Couch Surfing Project)'란 기구를 소개한다.
카우치 서핑은 케이시 펜튼(Casey Fenton)이라는 사람이 2003년 설립한 비영리 조직이다. 2004년 1월 이후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29만여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여기에는 '남극'도 포함돼 있다. 요즘에도 매주 1천여명씩 회원이 늘고 있다. 카우치 서핑 회원들은 여행자에게 숙박을 제공한다. 그게 집안의 소파(couch)가 되든, 마룻바닥이 되든, 아니면 뒷마당이든 상관없다. 기한도 몇시간, 몇날, 몇달 제각각이다.
여행자는 여행 기간 동안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숙박시설 제공자들은 대부분 돈을 받지 않는 만큼 그들의 관심은 물질적인 것보다는 다양한 인물과 문화와의 접촉에 있다. 이용 여행객들에게도 그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실질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이를 이용하거나, 자신의 집을 숙소로 제공하고자 하는 사람은 카우치 서핑 홈페이지(www.couchsurfing.com)를 찾으면 된다. 아쉽지만 한국어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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