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형태의 넥타이는 17세기 후반에 등장한 서양 服飾(복식)이다. 그러다 점차 동양 남자 정장의 상징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근년 들면서 그 흐름이 뒤집히고 있다.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조차 기피 패션이 돼 가는 것이다.
反轉(반전)의 기운에 힘을 보탠 것 중 하나는 2000년대 초에 불어닥친 벤처 열풍이다. 노타이 패션이 그 新(신)경영의 상징 같이 여겨지며 널리 퍼졌다는 얘기이다.
2005년부터는 일본을 중심으로 '넥타이 없이 근무하자'는 운동까지 번졌다. 그 나라 식 신조어로 '쿨비즈'(Cool-Biz). 노타이면 체감온도가 2℃ 내려가니 여름철 사무실 온도를 그만큼 덜 낮춰도 돼 결국 냉방비용을 6% 절약할 수 있다는 이론이 바탕 됐다. 그렇게 해서 작년 6월 이후 넉 달 간 140만t의 온실가스 감소라는 부수 효과까지 봤다는 게 일본이다.
이런 중에 한 달여 전엔 미국에서조차 이제 노타이 문화가 완전 정착 단계에 진입, 넥타이 직장인이 전체의 6%밖에 안 된다는 통계가 나왔다. 노타이도 충분히 격식 있는 패션이라는 쪽으로 인식이 바뀐 반면, 넥타이는 파티'음악회 같은 데나 소용되는 특별 액세서리로 여기게 된 결과라는 것이다. 넥타이 연간 판매액은 1995년 13억 달러에서 작년 6억7천700만 달러로 격감했고, '넥타이맨'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기름 값이 치솟자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 중앙정부가 앞장 서 휘하 전 공무원들에게 여름철 노타이 근무령을 내렸다. 지방 공무원들이 뒤따른 건 물론 일반시민들에게 권장하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민간기업들도 적극 동참했으며, 백화점과 일부 항공사 승무원까지 넥타이를 벗어 던졌다. 이를 통해 국내서도 매년 원자력발전기 2기가 생산할 3천억 원 어치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니 기대도 작지 않다.
이러는 김에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양복 대신 생활(개량)한복으로 아예 正裝(정장)의 관념까지 還元(환원)해 내면 어떨까 싶을 때가 있다. 중앙정부가 한복 입는 날을 지정 운용하기 시작한 게 벌써 12년 전이고, 생활한복 상용자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니 그럴 '펀더멘틀'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타이 양복보다는 생활한복 차림이 더 단정해 보이기까지 하지 않은가.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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