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 묵거라 아이엠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 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그러냐 안.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 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 그것은 하느님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 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자식들 다 제금나고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한 시골집에 어머니 혼자 사십니다. 행간을 따라갈수록 징헌 땅끝 마을 사투리가 입안의 살점을 자꾸 물어 씹는데요.
장성한 자식들은 대처에들 사나 봅니다. 맏이인 아들은 제 살기 바빠 설에도 전화만 딸랑 하고 안 와브럿고, 그나마 딸은 종신서원한 수녀라. 이런 일들을 알았으면 벼락을 쳤을 영감이지만 이미 청산에 누운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니, 참. 그런 집에 어인 봄은 또 와서 복사꽃을 저리 환하게 피워 놓았을꼬.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 이 한마디에 꾹꾹 쑤시는 삭신의 고통보다 더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면서도, 보고 싶은 걸 참지 못해 '달구 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는 어머니. 입말에 담은 편지글 형식이지만 정작 부치지는 못한 마음의 편지. 바로 이런 것이 날것의 감동입니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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