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 해남에서 온 편지/이지엽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 묵거라 아이엠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 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그러냐 안.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 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 그것은 하느님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 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자식들 다 제금나고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한 시골집에 어머니 혼자 사십니다. 행간을 따라갈수록 징헌 땅끝 마을 사투리가 입안의 살점을 자꾸 물어 씹는데요.

장성한 자식들은 대처에들 사나 봅니다. 맏이인 아들은 제 살기 바빠 설에도 전화만 딸랑 하고 안 와브럿고, 그나마 딸은 종신서원한 수녀라. 이런 일들을 알았으면 벼락을 쳤을 영감이지만 이미 청산에 누운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니, 참. 그런 집에 어인 봄은 또 와서 복사꽃을 저리 환하게 피워 놓았을꼬.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 이 한마디에 꾹꾹 쑤시는 삭신의 고통보다 더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면서도, 보고 싶은 걸 참지 못해 '달구 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는 어머니. 입말에 담은 편지글 형식이지만 정작 부치지는 못한 마음의 편지. 바로 이런 것이 날것의 감동입니다. 시조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분당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 17억 7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국민 대출을 막으면서...
코스피가 21일 급등하며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정지 조치인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었고, 이날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5.17% 상승한 1,0...
광주지방검찰청과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21일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국가수사본부를 압수수색하며, 경찰 내부에서는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지휘와 부...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