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두산동에 사는 A(46)씨는 중3 아들을 조만간 수성구 범어동 친구 집으로 보낼 계획이다. 그는 친구 아들이 올해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면서 빈 방을 사용해도 좋다는 승낙까지 받아놓았다. A씨는 "친구 집이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고교 인근에 있어 주소지를 옮기면 그 학교에 입학 가능하다"며 "요즘 초교생때부터 주소지를 옮긴다고 하는데,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1년 정도 떨어져 살아도 괜찮다"고 했다.
여름방학이 코앞에 다가온 가운데 수성구에서는 대입 진학 성적이 좋은 고교로의 진학을 노린 '위장전입'이 한창이다. 고교의 경우 근거리 배정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매년 이맘때면 비수성구 또는 같은 수성구에서 이른바 '명문고' 인근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청과 수성구청은 매년 9~11월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위장 전입자들과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최근 들어 위장전입 수법들이 갈수록 교묘해져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얘기다.
수성구청이 일반계 고교 배정예정자 거주사실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2년의 경우 주소만 옮겨놓았다 적발된 사례가 전체 29%에 이르렀지만 지난해에는 2.8%로 뚝 떨어졌다. 구청 위장전입 담당자는 "일단 주소지를 옮긴 뒤 학생의 옷가지나 책상, 침대를 갖다 놓은 후 단속이 나올 때 즈음이면 며칠 머무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친척이나 지인의 집일 경우에는 그나마 며칠 동안이라도 머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집주인에게 미리 일러둬 '학원에 갔다'고 둘러대거나 집주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가 단속을 피하기도 한다. 단속 공무원은 "아파트 한 가구에 무려 세 가족의 자녀가 주소 이전된 경우도 있었다. 확인을 하려고 하면 문을 걸어 잠근 채 '잠시 외출 했다' '하숙을 한다' 등 별별 핑계를 다 대고 버티기도 했다"고 혀를 찼다.
아예 집을 놔두고 월세나 전세를 얻어 합법적인 전입을 하는 것은 그래도 점잖은 편에 속한다. 김모씨 가족은 지난해 9월 말부터 자신의 집은 비워둔 채 수성구 만촌동 D고 옆 아파트에 1억7천만원짜리 전세를 얻어 6개월간 지냈다. 김씨는 "공무원 신분이라 위장전입을 할 수 없어 오랜기간 두집 살림을 했다"며 "집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전세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비싸고 고생스러웠지만 자식 장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구청은 위장전입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 단속기간 외에도 수시로 방문해 의심사례를 추적하거나 등하교 때 학생들을 태우러 오는 차량을 쫓아가 확인하는 등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구청은 비거주자나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교육청에 통보하고, 교육청은 위장전입이 확인되면 실주소지 학교로 재배정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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