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백혈병은 현대의학에서도 원인이 잘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환자들의 역학조사를 통해 방사선 노출이나 벤젠 등 발암물질을 가까이 하는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좀 더 자주 발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혈액을 만들어 내는 골수에 암세포가 생겨 백혈구가 과다 증식함에 따라 다른 혈구나 혈소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백혈병은 십 수년 전만 해도 난치병으로 여겨질 만큼 위험한 질환이었으나 지금은 암세포 표적치료제의 개발과 각종 이식술의 발달로 치료 또는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 되고 있다. 경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손상균(47) 교수는 백혈병 치료와 관련 논문을 통해 그의 연구 성과를 국내 종합병원들의 임상에 바로 적용하는가 하면, 다른 대학 교수들의 백혈병 관련 연구에도 참여하는 주연구자(PI'Principal Investigator)로서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동시에 올라 있을 만큼 지명도가 높다.
"보통 백혈병은 소아들에게 흔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전 연령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급'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나뉘는데 이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동종조혈모세포이식술을 통해 충분한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술은 우선 강력한 항암치료제로 환자의 암세포 기세를 꺾은 다음 건강하고 조직적합성이 일치하는 공여자의 골수를 환자에게 이식, 새로운 골수에서 만들어 내 혈액 속 면역혈구가 남아있는 암세포를 공격하게 함으로써 완치에 이르게 하는 치료법이다. 이 때 골수 공여자는 전신마취를 한 후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추출하기 때문에 힘든 고통이 따른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 300여례를 시술한 경험을 바탕으로 손 교수는 1998년부터 동종말초혈액조혈모세포이식을 본격적으로 시도한다. 헌혈하듯 공여자의 혈액에서 조혈모세포를 추출하는 이 방법은 전신마취와 공여자의 고통이 필요 없이 보다 많은 양의 조혈모세포를 얻을 뿐 아니라 환자의 회복도 빠른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손 교수가 이 분야에 가장 많은 논문과 임상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내논문 70여 편, SCI 게재논문 70편을 통해 국내외 백혈병 치료의 저변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근 외국 발표를 앞둔 논문은 조혈모세포이식 전에 강렬한 항암제 투여를 하는 전처치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내용입니다." 백혈병 환자에게 강한 항암제를 먼저 투여하는 치료는 난이도가 높고 어려운 시술에 속한다. 대개 사전 처치 때 출혈이나 장기부전이 발생, 환자의 약 15%가 치명적인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손 교수는 부작용을 최소화한 항암제 조합을 통해 치명적인 상태를 3%대로 낮췄다.
"조혈모세포 이식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치료법으로 환자들의 실제 회복력도 훨씬 빨라져 외국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급성 백혈병은 이식 후 3년 내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된 것으로 본다. 하지만 만성 골수성백혈병의 경우는 다르다. 병의 진행이 느리고 치료하기도 까다로운 것이 특징. 이 때는 글리벡과 같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서 일상생활을 하게 된다.
"표적치료제는 환자가 약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매월 첫째 월요일엔 환자들을 대상으로 백혈병과 약에 대해 강의와 상담을 하고 있죠." 현재 경북대병원은 병상 수에 비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백혈병 환자들을 치료'관리하고 있다. 손 교수가 담당하고 있는 환자수만도 80~90명에 달한다. 그가 이들을 위해 만든 백혈병 교육용 책자와 환자수첩은 전국병원에서도 사용하고 있을 정도.
한편 경북대병원은 손 교수의 노력에 의해 '전세계백혈병임상센터'로 지정됐다. 백혈병에 대한 손 교수의 처방이 표준 치료로서 인정 받았기 때문이며, 신약이 나오면 이곳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의 효능을 시험해 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글리벡보다 효과가 뛰어난 슈퍼글리벡(올 6월 일반약국에 시판된 최신치료약)도 경북대병원에서만 환자들이 복용할 수 있다.
손 교수는 1997년 미 프레드허친슨골수이식센터에서 연수 중 편지로 병원장에게 백혈병 환자들을 위한 무균병실의 설치를 역설, 당시 전국 최대규모의 무균병실이 갖춰졌으며, 그후 환자들의 치료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 프로필
△1987년 경북대 의대 졸업 △88~91년 경북대병원 내과 수료 △96년 경북대 의대 의학박사 △94년~ 경북대병원 교수 △97~98년 미 시애틀 프레드허친슨골수이식센터 교환 교수 △2003년 '제13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대한혈액학회지 논문심사위원 △골수이식조정위원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학술이사 △대한혈액학회 무임소 이사 △미국혈액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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