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궁금증 풀어봅시다]규칙적인 성생활이 장수비결

정희창 교수
정희창 교수

어느 가족의 부모님 생신 날 있었던 일이다.

첫째 아들 왈, "학처럼 오래 오래 사세요."

둘째는 "거북이처럼 장수하세요."

셋째는 "아버님 '거시기'처럼 사세요." 여기서 '거시기'란 살았다 죽었다하는 남성을 지칭한다. 이처럼 부모님에 대한 자식들의 장수 기원은 당연한 일이지만 혹시라도 노인들이 성적 문제에 고심하고 있지 않은 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자식이 있을까? 고혈압'당뇨'중풍'암 등 이런 고질적인 병이 없다고 해서 노인들이 마냥 행복하진 않다.

성욕감퇴'발기부전 등의 많은 변화는 노화과정 그 자체 보다도 약물치료'성인병 등 만성질환, 특히'이 나이에 무슨 성관계를…' 하는 따위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병인 듯하다. 어떤 사람들은 노인이 성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어리둥절해 하고 사별한 뒤 새 부인을 맞으면"노망 드셨나보다""엉큼한 늙은이네" 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에게도 성생활은 있다. 그리고 특별한 질병이 없는 한 섹스는 나이에 상관없이 가능하다.

진료실을 찾은 노인들로부터" 솔직히 말해 젊고 예쁜 여자를 몰래 갖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한다. 그것이 희망으로 끝날 줄 잘 알지만 내 인생의 마지막 로맨스를 불태우고 싶다는 노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즉 노인들도 성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를 가진 존재이다. 요즘 '효자'라는 말이 골동품처럼 귀하게 쓰이는 세상이 됐지만, 앞으로는 연로한 부모님의 잠자리를 한번쯤 살펴드리는 자식의 마음을 가지는 게 효자의 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노인 스스로는 성에 대한 끝없는 미련을 갖고, 규칙적인 성생활을 갖는 게 장수의 비결이다.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의 급증으로 인해 향후 노인들의 성생활에 대한 사회적 대처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의 노인복지에 대한 정책은 노인장기요양보험, 복지시설 확충 등에 국한되고 있다. '노인의 성'과 관련된 노인복지 대책도 쏟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희창(영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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