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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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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향에는 호화 분묘가 하나 있다.

멀리서 보아도 높다란 까만 옥석의 비석에다 주위 경관이 잘 다듬어져 있어 저명인사의 묘로 알고 있다. 이 묘의 주인은 이 고을에서 머슴살이를 한 분이다. 끼니를 잇지 못해 대구로 야반도주를 했다. 배운 것이 농사일밖에 없어 대구 변두리에 땅을 일구어 꽃나무나 정원수를 재배하여 납품하였다. 이것이 번창하고 번창해서 인근의 헐값 땅을 모두 사들였다. 아파트로 개발되자 벼락부자가 된 것이다. 애석하게도 이 머슴은 한푼도 써보지 못하고 병으로 쓰러졌다. 아들은 하도 애석하여 효도의 마음으로 호화분묘를 만든 것이다.

바로 옆에는 이 호화 분묘 때문에 더 초라하게 보이는 묘가 하나 있다. 이분은 초등학교 교편을 잡은 교장선생님으로 아동문학가로 널리 알려진 분이다. 교장선생님은 모교에 교가와 응원가를 작사 작곡한 분으로 국경일이나 운동회 때는 지금도 이 노래가 교정에 울려 퍼지고 있다. 6·25전쟁 때 위험을 무릅쓰고 불타는 학교에 뛰어들어가 중요자료를 구했고, 열녀비도 사비를 들여 재건한 향토 사학가이다.

고향 사람들은 모두가 아동문학가보다는 머슴을 부러워하고 있다. 머슴의 아들은 부모의 유산 덕으로 좋은 집에, 좋은 음식에,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며 여행을 즐기고 있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응접실에 세계 최고급 술을 진열해놓고 감상하고 자랑하는 것이다.

그를 아는 지인들은 모두가 문화생활을 하는 그를 부러워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 호화생활을 한다고 해서 문화생활이 아니다. 책을 얼마나 읽었는가? 신문을 보는가? 악기를 다룰 줄 아는가? 미술, 음악 감상을 할 줄 아는가? 일년에 영화나 오페라 극장을 몇 번이나 다니는가에 따라서 문화생활, 문화인을 지칭할 수 있다.

우리는 관공서나, 큰 회사의 사무실이나, 조그마한 식당에서 한문으로 된 액자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액자 속에 쓰여진 한자가 무슨 글자인지?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묻는 사람도 없다. 심지어 주인도 모른다. 하나의 장식용일 뿐이다. 이것을 죽은 글이라고도 하고, 죽은 문화라고도 한다. 문화는 삶의 질을 의미하는 것이다.

짐승은 하루 종일 먹는 것만 찾아다닌다. 배부르면 자고, 생식기가 되면 종족을 번성시키는 것밖에 하지 않는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돼지에 진주 목걸이란 말도 있고, 살찐 돼지보다는 마른 소크라테스란 말도 있다.

송일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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