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이스피싱' 수법 갈수록 교묘

발생건수는 줄었으나 피해액은 되레 증가

대구에 사는 A(58·여)씨는 지난 5월 전화 한통 잘못 받아 2천600만원을 감쪽같이 날렸다. 말로만 듣던 '보이스 피싱'에 걸려든 것. A씨에 따르면 우체국 직원이라는 한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우체국 신용 카드를 신청한 일이 있느냐'고 물었고, '그런 일이 없다'고 하자, '당신 명의로 신용카드가 발급돼 사용되고 있다'며 은행으로 가 보안카드를 바꿔야 한다고 종용했다. 결국 A씨는 현금인출기 앞에서 남자가 불러주는 대로 보안번호를 눌렀지만, 이 번호로 2천600만원이라는 거액이 인출된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보이스 피싱'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찰청이 올해 1~6월 대구에서 발생한 보이스 피싱 사건을 분석한 결과 발생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피해액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경우 보이스 피싱 발생 건수는 총 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건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피해액은 4억1천900만원에서 4억4천500만원으로 늘어난 것.

대구경찰청은 올해 상반기에 구속 3명을 포함, 총 74명의 보이스 피싱 피의자를 검거했다. 검거된 74명 중에는 보이스 피싱용 대포통장을 판매한 한국인이 68명, 현금 인출과 대포통장 모집을 맡은 중국인이 6명 등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구속 10명을 포함, 28명이 검거됐다.

보이스 피싱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보이스 피싱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2006년 경우 국세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등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우체국, 검찰 직원 등을 사칭하거나 돈을 보낸 사실을 알리지 않도록 겁을 주기도 한다는 것.

B(28·대구)씨는 지난 4월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한 남자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 와 신용카드가 도용되고 있다며 현금인출기에서 보안카드를 바꾸라고 했다는 것. 그 남자는 '은행 직원이나 주변 사람이 공모돼 있을 수 있으니 24시간 안에는 누구에게도 이런 사실을 얘기하지 말라'고 했고, 어머니는 그대로 따랐다는 것. B씨가 통장을 정리했을 때는 전날 이미 1천200만원이 인출된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를 이용해 계좌번호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현금지급기 조작을 지시하는 경우 절대로 따라서는 안된다"며 "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해당 은행 콜센터나 지점에 연락해서 지급정지를 요청한 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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