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남성이 여성 성부에 해당하는 고음을 내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남성 고음인 카스트라토(castrato)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카스트라토란 말은 사실 사용하지 않는다. 카스트라토는 시대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도 남성의 고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지금도 카스트라토만큼이나 여성의 성부를 낼 수 있는 남성가수들이 있는데, 그들을 카운터테너(counter-tenor)라고 부른다.
카운터테너는 카스트라토처럼 거세를 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굳이 거세를 하지 않아도 훈련에 의해서 남성이 테너 이상의 고음을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그런 남성 성악가들이 적지 않게 나와 있다. 이들이 카운터테너다. 즉 그들은 거세를 하지 않은, 훈련에 의한 고음 성악가들이지만, 그 중에는 카스트라토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신체적인 구별은 더 이상 묻지 않으며, 모욕적인 단어이기도 한 카스트라토란 말은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지금 활동하는 성악가들은 그들이 카운터테너인지 아니면 카스트라토인지를 묻지 않고, 통칭하여 카운터테너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카운터테너와 카스트라토의 음색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카스트라토는 그들만의 독특한 음색이 있다. 역사상 최후의 카스트라토라고 하는 모레스키의 녹음을 들어보면 묘한 개성과 독특한 슬픔을 담고 있다. 하지만 거세를 하지 않아도 고음이 나오는 현대에서 더 이상 카스트라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수많은 카운터테너들이 배출되고 있다. 그들은 과거 작곡가들이 카스트라토들을 위해서 썼던 많은 오페라 배역들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그래서 한 동안 카스트라토가 사라진 이후에 여성 메조소프라노나 알토들이 남자의 복장을 하고 맡아 불렀던 이른 바 '바지 역할'들을 다시 남자들이 되찾아오게 된 것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널리 활약하는 유명 카운터테너들은 알프레드 델러, 요헨 코발스키, 르네 야콥스, 안드레아스 숄, 데이비드 다니엘스, 브라이언 아사와, 제임스 바우만 등이 있다. 그들은 모든 성악가들을 통틀어서도 최고 대우를 받고 있으며, 뛰어난 실력과 높은 음악성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출신으로도 이동규가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카운터테너가 부르는 역할들은 당연히 카스트라토의 전성시대였던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들이 근간을 이룬다. 즉 헨델을 중심으로 비발디, 몬테베르디, 라모, 글루크 등의 많은 오페라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바로크 이후의 오페라들 중에서도 원래 극중에서 남자 역할이지만 여성이 부르도록 작곡된 바지역할들을 카운터테너들이 잘 소화해 내기도 한다. 최근 바로크 오페라의 열풍은 세계적이다. 그것이 카운터테너들을 양산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역으로 좋은 카운터테너들의 등장이 바로크 오페라의 융성을 자극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카운터테너라는 말 속에는 무언가 부족함이 있다. 즉 이 단어는 테너보다도 높다는 뜻일 뿐, 그들이 알토인지 메조소프라노인지 소프라노인지를 알 수 없다. 그 중에는 알토도 있고 메조소프라노도 있는 것이다. 물론 소프라노는 드물다. 그래서 요즘에는 영국을 중심으로 '메일(male) 알토', '메일 메조소프라노'란 단어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박종호(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예성강 방사능, 후쿠시마 '핵폐수' 초과하는 수치 검출... 허용기준치 이내 "문제 없다"
[르포] 안동 도촌리 '李대통령 생가터'…"밭에 팻말뿐, 품격은 아직"
李 대통령 "검찰개혁 반대 여론 별로 없어…자업자득"
이재명 정부, 한 달 동안 '한은 마통' 18조원 빌려썼다
김민석 국무총리 첫 일정 농민단체 면담…오후엔 현충원 참배·국회의장 예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