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 맹부 맹모 다이어리] 아들 민사高 보낸 정명희씨

같이 밤새며 보낸 6개월 합격 밑거름

▲ 지난해 아들을 민사고에 보내기 위해 하루에 커피 6잔을 마시며 뒷바라지했다는 정명희씨는 그때가 힘들다기보다는 즐거웠다고 이야기한다.
▲ 지난해 아들을 민사고에 보내기 위해 하루에 커피 6잔을 마시며 뒷바라지했다는 정명희씨는 그때가 힘들다기보다는 즐거웠다고 이야기한다.

민족사관고교는 '횡성산골의 공부벌레들'이란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특목고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 꿈꿔보는 학교이기도 하다. 그만큼 입학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송민재(15)군은 지난해 바늘 구멍 같은 입학 관문을 뚫고 민사고에 입학했다.

그 뒤엔 '열혈 엄마' 정명희(48·대구의료원 소아과 과장)씨가 있었다. 지난 한해 여느 학부모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는 그녀다.

정씨는 남편(송정흡·경북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이 교환교수로 미국에 있었던 2년 동안 민재군과 함께 외국생활을 했다. 그 때 민재군은 우연히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민사고를 처음 알게됐다. 그러면서 기숙학교에 대해 막연한 꿈을 가졌다.

"국내에 돌아와서 아이가 대구 남부교육청 영재학교를 다닐 때였어요. 민사고 합격 플래카드를 우연히 보고 가슴이 뛰었다고 하더라고요. 중학교 때 과학고를 갈지, 민사고를 갈지 고민하다 민사고 여름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었어요. 강원도 산골이라 너무도 조용한데다 밤에 별빛이 자신한테로 쏟아지더라는 거예요. 민사고 선배들을 보면서 감동도 받고요. 그 때 민사고에 대한 확신을 가졌죠."

그 때부터 정씨의 열성적인 뒷바라지가 시작됐다. 중3 때 민사고 특별학원과 과학고 영재학교를 번갈아 다니면서 수시로 운전기사 역할을 했던 것. 정씨는 "아이를 바래다 주기 위해 제가 시간이 안 날땐 아는 아저씨나 이모, 할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매일 빠듯한 일정으로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다.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다른 부모처럼 도시락을 준비할 수 없어 피자나 자장면 등을 배달해 자동차 안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그래서 정씨의 자동차는 '제2의 집'이었다. 자동차 안에는 음료수나 스낵 등을 넣을 수 있는 아이스백은 물론 슬리핑백, 베개, 컵라면, 돗자리, 모기향, 휴대용 의자 등 없는 게 없을 정도였다. "학원과 영재학교를 같이 다니려니 시간이 좀처럼 안 났죠. 그러다보니 운전 중에 웬만한 걸 해결했죠. 저녁 식사는 물론, 아이가 자동차만 타면 선잠을 잤어요. 또 이것저것 대화도 많이 하고요." 이를 보고 동료들은 마치 '집없는 사람들이 몰고 다니는 차'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오후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와서도 공부하는 아이를 두고 쉽게 잠을 잘 수 없었다. 왠지 미안해서다. 정씨는 주방에서 책을 읽는 시늉을 하면서 가끔 같이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는 "다음날 피곤하다보니 하루에 기본 6잔 정도의 커피를 마신 것 같다"고 회상했다.

주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의 토플 시험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지난해는 토플 시험에 응시하려면 인터넷으로 등록을 해야 하는데 등록 자체가 무척 힘들었어요. 등록을 하기 위해 밤을 꼬박 새운 적도 있었죠. 장소에 상관없이 성공하는 데로 시험을 치러 가다보니 부산, 대전, 전북, 전남 등 전국을 누볐어요." 정씨 가족에겐 토플 시험을 치러 가는 것이 나들이였다. 김밥을 싸들고 자동차를 타고 가선 그 인근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정씨는 이런 생활을 지난해 6개월쯤 했었다. 하지만 힘들다기보다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고 한다. "지금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했을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당시엔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보람되고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