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시인 하나 풀꽃으로 피어나
바람결에 놀다 갔다
풀무치 새울음소리 좋아하고
이웃 피붙이 같은 버들치
힘찬 지느러미짓 더욱 좋아했다
찬 이슬 색동 보석 맺히는
풀섶 세상
― 참 다정도 하다
제3회 백석문학상 시상식을 사흘 앞두고 영면한 시인이 남긴 마지막 유고시.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서, 뛰어난 시인으로서 활기차게 활동하다가 오십대 중반 안타까운 나이로 한 줄기 덧없는 무지개로 돌아간 사람. "찬 이슬 색동 보석 맺히는 풀섶 세상"을 누구보다 더 깊이 사랑했던 시인. 이슬이 왜 '색동 보석'인가. 해가 뜨면 속절없이 사라져야 하는 운명이기에 이슬이나 무지개가 그토록 아름다운 것. 속절없는 생이라는 점에서 사람의 한평생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시인보다 더 시인다운 한 평론가가 며칠 전 다정한 인사를 남겨두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풀무치 새울음소리 좋아하고" 푸르고 싱싱한 나무와 숲을 누구보다 좋아했던 바람재 김양헌. "달과 몽돌이 이야기를 나누고 바다와 달이 몸을 섞는 현장"을 꿰뚫어볼 줄 알았던 섬세한 감수성. 딱딱한 비평문을 말랑말랑한 시의 몸으로 녹여냄으로써 한국비평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람. 극심한 고통과 싸우면서도 침상 머리맡에 붙여놓은 '淸淨一念'을 놓지 않으려 했던 그의 마지막에 옷깃을 여민다. 시인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예성강 방사능, 후쿠시마 '핵폐수' 초과하는 수치 검출... 허용기준치 이내 "문제 없다"
[르포] 안동 도촌리 '李대통령 생가터'…"밭에 팻말뿐, 품격은 아직"
이재명 정부, 한 달 동안 '한은 마통' 18조원 빌려썼다
李 대통령 "검찰개혁 반대 여론 별로 없어…자업자득"
김민석 국무총리 첫 일정 농민단체 면담…오후엔 현충원 참배·국회의장 예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