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멀미도 아닌데 어질어질…알고보니 '귓속 병'

두통만큼 흔한 어지럼증

회사원 김영두(40·대구 중구 남산2동)씨는 2개월 전쯤 출근 길 차 안에서 재채기를 하다 어지럼증으로 쓰러졌다. 갑자기 주변이 빙글빙글 돌면서 꼼짝을 할 수 없었다. 가까운 신경과를 찾은 김씨가 진단받은 병명은 '양성체위성 돌발성 어지럼증'. 귀의 가장 안쪽 부분인 내이의 전정 안에 붙어 있어야 할 이석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들어가 생긴 병이었다. 다행히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치료를 받은 뒤 심한 어지럼증은 사라졌지만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진 않아 재활운동을 하며 치료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도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도 어지럼증이 생기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여전히 불안하다.

어지럼증은 성인에게 두통만큼 흔한 증상이다. 특히 65세 이상의 절반 이상이 호소할 정도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지럼증은 왜 생기고, 치료 방법엔 어떤 것이 있을까. 운동 치료로도 회복할 수 있는지 재활운동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어지럼증은 왜 생길까

정지해 있는 버스에 앉아 있는데 옆에 함께 서있던 버스가 앞으로 달려나가면 마치 자신이 뒤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어지럽다. 우리 몸의 균형감을 잡아주는 기능을 하는 것은 전정기관, 체성감각, 시각 등 세 가지인데, 눈으로는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지만 전정이나 체성감각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상반된 정보가 뇌에 전달되면서 어지럼증이 생기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지럼증이 잘 생기는 것도 균형을 잡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정 신경세포의 수가 감소하면서 전정기능이 쇠퇴하고 몸의 감각도 둔해지며 시력도 나빠진다. 병 때문에 어지럼증이 생기기도 하지만 특정할 만한 질환이 없어도 균형을 잡는 기능이 떨어지면 어지럼증이 생기게 된다.

◆어지럼증 치료하는 재활운동

어지럼증 치료엔 흔히 약물이 사용되지만 재활운동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운동으로 어지럼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전정 및 시각 기능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동과 균형을 잡는데 필요한 근력 운동, 체성감각을 키우는 운동 등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을 '전정재활운동'이라고 한다. 전정재활운동을 하기 위해선 어떤 자세나 움직임이 어지럼을 악화시키는지를 먼저 검사해야 한다. 그런 다음 어지럼을 일으키는 동작, 균형을 잃게 하는 운동, 일상생활에 자주 반복하는 머리 움직임 등과 비슷한 운동을 반복함으로써 이때 들어오는 여러 가지 정보를 뇌가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운동선수가 어려운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그 동작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정기능을 강화하는 맞춤운동

전정기관 기능을 시각, 체성감각 등 어디에 의존해 보완할지를 진단한 뒤 맞춤운동을 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눈을 감을 때 어지럼이 심한 사람은 떨어진 전정기관의 기능을 눈으로 대신하는 경우다. 이 경우엔 눈을 감고 서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터널로 들어갈 때 어지럽거나 옆차가 움직일 때 어질어질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세로 줄무늬를 보면서 시선을 고정하지 않은 채 머리를 도리도리 하는 식으로 훈련한다. 또 머리를 움직이지 않는데도 시야가 흔들려 글을 읽기가 어려운 사람은 글자에 시선을 고정하고 머리를 천천히 흔들면서 글자를 읽도록 맞춤운동을 한다. 체성감각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경사면 걷기나 쿠션 또는 침대와 같이 불안정한 바닥에서 똑바로 서 있는 반복 운동을 해야 한다. 울퉁불퉁한 바닥이나 푹신한 바닥은 체성감각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전정기관을 더 많이 사용하게 해 전정기관의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효과가 있나

전정재활운동은 양성체위성 돌발성 어지럼증과 같이 심한 어지럼증을 치료한 뒤에도 지속되는 약한 어지럼증, 뚜렷한 원인 질환 없이 유발되는 어지럼증, 전정 신경염으로 인한 전정기능의 손상 등 치료에 효과적이다. 어지럽다고 해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거나 어두운 실내에만 있다든지 어지럼약을 계속 복용하는 것은 회복을 지연시킨다. 전정재활운동은 어지럼을 느끼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며, 되도록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한병인 두신경과 원장

※내이=몸이 얼마나 기울어졌는지를 감지하는 평형기관과 듣기를 담당하는 청각기관으로 이루어진 귀의 가장 안쪽 부분. 크게 달팽이관과 전정, 세개의 반고리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