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 아파트 시장 '규제 빗장' 풀어라

대구지역 아파트 미분양 2만 가구 돌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입니다."

대구 지역 미분양이 2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건설업계는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 상황과 취약한 대구 경제력을 감안할 때 2만가구는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소화하기 힘든 물량"이라며 "미분양이 건설업계 뿐 아니라 지역 경제 전체에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 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방 부동산 시장이 사상 최고치 미분양이라는 구조적 문제에다 고유가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외부 악재까지 겹치면서 이미 '붕괴 위기'에 직면했지만 정부 조치는 아직 참여 정부 시절의 '규제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미분양 해결 전망은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구를 포함한 지방 부동산 시장이 안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가 시장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한계점'을 이미 넘어선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4년 이후 분양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해온데다 미분양 물량의 70%가 전용면적 85㎡(30평) 이상의 중대형인 탓에 수요가 뒷받침되기 어렵고 결정적으로 부동산 규제책으로 실수요자들의 구매 심리 또한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화성산업의 권진혁 영업부장은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일부 단지를 빼고는 미분양이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며 "IMF 때 보다 더욱 심각한 현 시장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분양 해결에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IMF 시절의 4배를 넘어선 미분양의 원인으로 수급을 무시한 건설사들의 과잉공급 뿐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꼽고 있다.

분양 대행사 리코의 최동욱 대표는 "참여 정부 출범 이후 강남 규제를 내세운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 공급을 억제하면서 1군 건설사들이 지방 대도시에 내려와 경쟁적으로 아파트 분양에 뛰어들었다"며 "전국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친 강남발 분양 가격 고공행진 또한 지난 정부의 강남 재건축 규제가 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03년 이전까지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공급 비율은 6대 4수준을 유지했지만 2004년 이후 3대 7로 역전됐으며 대구 아파트 공급량도 연평균 1만5천 가구 수준에서 2006년에는 3만 가구로 증가했다.

특히 참여 정부 부동산 정책의 결정판인 '1.11 부동산 대책'은 미분양 대량 양산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월 발표된 '1.11대책'은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50% 중과와 대출 규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가뜩이나 체질이 허약한 대구 분양 시장은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20% 이상 격감하면서 신규 분양 시장이 거의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한라주택 최원근 상무는 "1.11 부동산 대책은 지방 실정을 완전히 무시한 채 눈높이를 수도권에만 맞춘 대표적인 일방통행식 정책"이라며 "2006년 하반기부터 침체에 빠져들기 시작한 대구 부동산 시장이 정부 규제책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사상 최고치 미분양 해결책은

건설업계에서는 IMF 수준 이상의 미분양 대책이 하루 빨리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설협회 대구시회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 부동산 시장까지 아직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중앙 정부의 시각 전환"이라며 "IMF 때 대구 지역 미분양은 5천가구에 불과했으며 이중 70%가 중소형인 것을 감안하면 경제 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해도 현 미분양은 심각하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건설업이 대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고 지역 경제 구조가 취약한 점을 고려한다면 미분양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지방은 '미분양발 경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건설업계에서 주장하는 미분양 대책은 ▷지방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3년 이상) ▷미분양 아파트 취득·등록세 전액 면제 ▷미분양 구입에 따른 대출 자금의 연말 소득 공제 ▷건설사에 대한 긴급 안정 자금 지원 등이다.

SD건설의 금용필 이사는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미분양 대책방안은 지방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식 정책"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인 시장 활성화 대책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침체된 지방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에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재협 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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