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춥다. 오싹한 게 감기 걸릴 것 같다. 제발 '에어컨' 좀 껐으면…"
여름은 더운 게 제 맛이다. 물론 너무 더워 못 견딜 정도면 냉방을 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도. 조금만 더워도 하루종일 '빵빵하게' 에어컨을 틀어댄다면 사정은 다르다. 이쯤 되면 전력 소모에 따른 전기료보다 '냉방병'을 걱정해야 할 단계다. 까짓 거 '걸려봐야 감기지 뭐?' 아니다. 냉방병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냉방병에 걸리면 감기 증세를 보이는 게 보통이지만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여름의 불청객, 냉방병에 대해 알아보자.
◆냉방병은 두 가지다
냉방증후군, 즉 '냉방병'은 온도 차이에 따른 냉방병과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것, 두 가지로 분류된다. 바깥 기온과 냉방 중인 실내 사이의 큰 온도차에 의해 생기는 냉방병은 인체가 온도차에 적응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증상이고, 레지오넬라균 냉방병은 말 그대로 레지오넬라균이 호흡기를 통해 감염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전자는 냉방 중인 집이나 사무실의 실내외 온도차가 5~8℃ 이상 지속되는 환경에서 오랫동안 머물 때 흔히 생기고, 후자는 따뜻한 물(25~42℃)을 좋아하는 레지오넬라균 등 미생물에 의해 오염된 공기가 순환하면서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감염되는 경우다.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을 계속 가동하면 에어컨 내부나 냉각기에 쌓인 먼지와 세균이 인체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레지오넬라 감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깨끗하지 못한 대형건물의 에어컨 냉각탑의 냉각수에서 번식한 뒤 냉방시설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가정용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갑작스런 감기 증상, 냉방병 의심해야
한여름에 갑자기 감기나 독감 증세가 나타나면 냉방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오한, 고열, 기침, 근육통, 몸살까지 감기·독감 증세와 비슷하다. 보통 2~12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체온이 떨어지면서 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 장애로 두통, 소화불량, 몸살 증상은 물론 얼굴이나 손·발 등이 붓기도 한다. 어지럼증, 피로감에다 변비, 설사, 복통, 관절염 등의 증상도 동반된다. 또 눈물, 콧물, 인후통 등 코나 목 등에도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냉방시설 가동으로 실내습도가 떨어져 점막이 마르고 저항력이 약해지면서 호흡기 질환이 생기고 피로해지면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엔 호르몬 이상으로 월경 불순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냉방병은 감기 증세를 보이다 폐렴 증상까지 나타나고 심할 경우 의식장애나 심부전 증상은 물론 숨질 수도 있어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심폐기능에 이상이 있는 환자나 노약자, 관절염 및 당뇨병 환자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냉방병에 더욱 취약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성이 냉방병에 더 잘 걸린다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차가 클 경우 자율신경계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위장 운동, 호르몬 분비 및 스트레스 조절 반응 등에 이상 증세를 보이게 되는 것. 그런데 냉방병에 걸리는 환자는 여성이 더 많다. 면역력이 남성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옷차림도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여성의 경우 생리적으로 추위에 더 민감한데다 여름이 되면 노출되는 옷을 많이 입다 보니 실내 에어컨의 찬바람을 직접 접촉하는 경우도 그만큼 더 많기 때문이다. 어깨 결림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잖은데 에어컨의 찬 기운을 직접 접촉하다 보니 근육 위축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어깨 결림 증상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대처 및 예방법
사실 냉방병에 대한 뾰족한 치료법은 없다. 냉방병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냉방기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데, 보통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호전된다. 증상 완화엔 충분한 휴식과 혈액 순환에 좋은 보온, 마사지, 목욕, 가벼운 운동 등이 효과적이다. 과로나 수면 부족도 냉방병 증상 악화의 원인이 되는 만큼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필요하다. 예방은 실내온도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냉각탑을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것이 최선이다. 실내온도는 25~28℃ 정도가 적당하고, 실내외 온도차도 5℃를 넘지 않도록 한다. 에어컨의 찬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긴 소매 겉옷을 준비해 체온을 조절, 유지하는 게 좋다. 또 한 번씩 바깥공기를 쐬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1, 2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레지오넬라균 감염을 막기 위해선 에어컨 필터를 2주에 한번 정도 청소하거나 교체해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따뜻한 물이나 차 등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 특히 제철 과일인 수박 등을 자주 먹는 것도 좋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냉방병 예방 수칙
1. 실내외 온도차를 5℃ 정도로 유지한다.
2. 실내 온도가 낮을 경우를 대비, 긴 팔 옷을 준비한다.
3. 에어컨 찬바람을 직접 쐬지 않는다.
4. 환기를 자주 시키고, 가끔 바깥으로 나가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5. 따뜻한 물,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류를 충분히 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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