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개헌 논의 불씨부터 지피고 있다. 지난 14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다음날 같은 당 박희태 대표도 방송에 출연해 맞장구를 쳤다. 집권당이 앞장서 18대 국회에서 헌법을 손질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지난달 발족한 국회의 개헌 연구모임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는 등록한 여야 의원이 한 달 만에 151명으로 불어났다. 이들만으로도 개헌 발의(재적 과반수)가 가능한 규모다. 그만큼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정치권에 무르익고 있다는 이야기다.
홍 원내대표는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21세기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구조'통일'인권과 환경'남녀 평등'복지 등의 시대 변화'를 담는 새 헌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지난날과 달리 우리 헌정이 20년 이상 안정을 지켜온 것은 지금의 헌법이 기여한 바이지만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담보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을 들고 나왔을 때 18대 국회로 넘기자 한 것도 정권 말기의 정치적 의도를 경계한 것이었지 대체로 타당성은 공감했던 터이다.
따라서 지금 국회에서 개헌을 들고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걱정은 개헌 정국으로 빠져들 경우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할 것이고 국론은 소용돌이칠 거란 점이다. 국민은 대통령제, 내각제 또는 대통령 중임제의 장단점에 대한 인지학습이 부실한 상태서 정치권의 주장에 휘둘릴 게 뻔한 것이다. 과거 아홉 번의 개헌처럼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위험성이 큰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국가적 에너지를 민생에 총 결집해야 하는 비상한 상황이다. 국민들로선 개헌 같은 문제를 쳐다볼 경황이 없다. 발등의 불인 경제는 제쳐 두고 개헌을 다룰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회가 연구와 토론은 하되 국민적 공론화는 신중하게 時宜(시의)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개헌은 국민이 원할 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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