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걷고싶은 길]대구 북구 동변동 '가람봉'

탁 트인 전망이란 바로 이런 것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평소에 산을 자주 찾았던 사람들도 땡볕을 받으며 등산로를 걷는 게 고역이어서 산에 오르는 것을 주저하기 마련. 그런 면에서 보면 대구 북구 동변동에 있는 가람봉을 오르는 길은 '축복을 받은 등산로'라 할만하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산행길에다 등산로 전체에 숲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더위를 느끼지 않으며 산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구 지묘동에서 가람봉을 오르는 길도 있지만 북구 동변동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동변동에서의 산행은 유니버시아드 아파트 109동 동쪽편이 기점. 이곳에서 가람봉을 다녀오는데 2시간이 걸린다는 플래카드를 보며 출발한다. 나무계단을 통해 몇분을 오르자 바로 능선길이다. 오른쪽으로는 금호강, 왼쪽으로는 동변동 아파트 단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등산로는 폭 2,3m의 흙길에 경사도 완만해 걷기에 그만이다.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만들어준 그늘이 더위를 저만치 쫓아준다. 15분쯤 걷자 돌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누가 쌓았는지 모르지만 크고 작은 돌을 정교하게 맞물려 쌓은 것이 탑을 만든 사람의 정성이 묻어난다. 돌탑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교감하고 사랑을 나눠야 하는 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늘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가 우거진 등산로에는 솔향이 가득하다. 마음까지 청정해진다. 30분쯤 오르자 등산로 곳곳에 등산객들을 위한 의자들이 놓여 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35분만에 작은 산봉우리에 닿았다. 이곳에는 의자와 함께 철봉, 역기 등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다. 동변동보다 조금 먼 서변동에서 오는 등산객이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이곳까지 등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정자도 마련돼 있다.

가람봉 정상까지 가려면 10여분을 더 가야 한다. 한층 더 숲이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가는 길이 제법 운치가 있다. 이 이후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경사가 가팔라진다. 높거나 낮거나 어느 산이나 정상에 오르는 데엔 클라이막스(고비)가 있기 마련. 이 고비를 잘 극복하는 사람만이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5분여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자 가람봉 정상에 닿는다. 대리석에 새겨 놓은 가람봉이란 글씨가 선명하다. 높이는 280m로 표기돼 있다. 정상에서 보는 시야는 참으로 넓다. 비로봉을 비롯한 팔공산의 봉우리와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금호강과 동화천의 유려한 물길도 손에 잡힐듯하다. 수성구 월드컵경기장도 잘 보인다.

5년 전부터 거의 매일 가람봉을 오른다는 구자경(64)씨는 "등산로가 완만해 연세가 많은 분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다른 어느 곳보다 훌륭하다"고 자랑했다. 하루평균 동서변동 주민을 비롯해 100여명이 가람봉을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상에는 훌라후프와 철봉 등 운동기구도 있다. 다만 운동기구의 수가 적어 아쉽다는 게 등산객들의 이구동성이다.

정상 표지판에 나와 있는대로 가람봉은 가남봉'갈봉산'학봉 등으로도 불리우고 있다. 지도에는 학봉으로 표기돼 있다. 학이 날아 들어 학봉이라 했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 갈봉산은 칡넝쿨이 무성한 데서 유래됐다. 대다수 주민들은 가람봉으로 지칭하고 있다. 이곳에서 동구 지묘동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도 있다. 정상에서 잠시 등산객들과 담소를 나눈 후 하산을 하는 길. 가람봉 등산로는 정상에서의 탁 트인 전망과 질은 숲 그늘이 드리운 등산로 등 사람들에게 주는 미덕이 많은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