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오지의 가난한 섬 핀지랩.
185명이 살고 있는 이 섬에는 차가 없다. 범죄도 없다. 딱 하나 있는 슈퍼엔 작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오지 않은 배 때문에 빈 박스만 굴러다닌다.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기구라곤 오로지 무전기 한대 뿐.
그러나, 섬 사람들은 언제나 싱글벙글이다. 집 앞에만 나가도 바나나와 코코넛이 지천으로 널렸고, 가까운 바다는 물반 고기반. 심지어 1인용 카누를 타고 참치를 낚아 올릴 수 있는 축복의 섬이기 때문이다.
SBS는 한국에서 5천150㎞ 떨어진 핀지랩을 찾아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본 다큐멘터리를 20일 오후 11시 20분 방송한다.
축복받은 땅. 그러나 희귀한 질병이 있다. 0.00001%의 확률도 되지 않는다는 전색맹이 인구의 10%나 되는 것. 이들의 눈앞에선 에메랄드빛 바다도 화려한 열대꽃도 색을 잃는다. 색을 구별하는 세포가 없어 오로지 흑백으로, 거기에 지독한 근시까지 동반되어 세상을 흐릿한 흑백으로만 볼 수밖에 없다.
300년 전 섬을 덮친 대재앙으로 근친결혼의 풍습을 갖게 됐고, 그 때문에 마스쿤(핀지랩어로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전색맹의 유전자를 몸에 새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그 비극은 새로운 철학을 섬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다. 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무엇이든 185명의 사람수 대로 똑같이 음식을 나눠 갖는 것이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선, 마스쿤이라는 특이한 질병을 가진 사람들과도 삶을 나누기 위해선, 나눔만이 생존의 길이 된 것이다.
나눔으로 더 큰 하나가 된 핀지랩 이야기는 인간은 무엇으로 행복해지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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