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이야기] 차량 홀짝제 운행

교통 혼잡 때문에 권장되어왔던 차량10부제가 유가 때문에 홀짝제로 강제된다고 한다. 7월 15일부터 시행하여 1주일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23일부터 엄격한 출입금지를 단행한다고 엄포다. 갑작스런 조치에 얼떨떨하기도 하고, 권장에서 강제로 어투가 바뀐 것도 거슬린다. 더군다나 운행제한의 명분이 혼잡이라는 풍부함의 상징이 아니라 고유가 때문이라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다. 더 황당한 것은 구성원의 모든 차량에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사실과 정해진 기간도 없다는 점이다. 구성원의 의견을 물은 적도 합의한 적도 없는 일방적 통보를 받고는 '격일근무제로 바뀔 모양'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이도 있다.

우연인지, 교통후진국으로 알려진 중국이 우리와 거의 같은 시기에 자동차 홀짝제 운행계획을 발표했다. 한번 들어보자. 우선 베이징시의 홀짝제시행은 명분이 뚜렷하다. 올림픽 기간 교통혼잡을 관리하기 위해서란다. 적절한 이유이고 누구나 수긍한다. 실시와 관련하여 구구절절 규정된 항목도 많다. 먼저 시한을 정했다. 7월 20일에서 9월 20일까지라고 명시했다. 올림픽 시작 전후 유동인구가 많은 기간을 설정한 것이다. 각 직장별로 출퇴근 시간도 조정했다. 베이징 시 정부가 각종기관에 하달한 출퇴근시간 조절에 관한 공문을 보자. 베이징 시와 국유기업은 오전 9시와 9시 17분, 대형 상점은 10시에 시작하도록 하고, 저녁 퇴근 시간도 사업체별로 달리 조정했다.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어느 정도 교통정체를 줄일 수 있고, 교통정체가 줄어들면 차량의 노상대기 시간이 줄고, 차량대기 시간이 줄면 당연히 시간과 유류가 절약된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감시감독 조치도 발표했다. 홀짝제시간기준을 당일 자정까지로 정하고, 자정이 지나서 퇴근하는 차량은 단속대상이 된다고 한다. 단속되지 않으려면 자정 전에 귀가하거나 차를 두고 가야한다. 그리고 교통지휘소 확충, 감시카메라 보강 등 각종 교통 감시체계를 발동했다. 원활한 교통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한 사고처리체계도 보강했다. 각 보험회사의 사고처리 관련 배상부서의 근무시간을 연장하고, 주말에도 근무하도록 했다. 인명손상의 사고가 아니면 5천위안 이하의 사고는 직접 처리하도록 했다. 사고가 나면 교통흐름에 상관없이 보험회사와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몇 시간 동안이라도 사고현장을 방치하는 중국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조치는 혁명이다.

단속조치와 더불어 계도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그린올림픽"이라는 구호 하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홍보하고 있으며, 이미 대중교통비도 인하했다. 버스비는 물론이고 지하철의 환승비용도 인하했다. 책임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차량운행을 제한한 데 따른 합당한 보상조치도 명시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홀짝제운행 차량에 대해 보험료를 감면한다. 실제 정차일수를 계산해서 운행하지 않는 기간만큼 보험금을 감면해 준다고 한다. 자동차세 등도 감면된다. 대형화물차는 150위안, 중형화물차는 135위안, 소형화물차는 120위안 등 차종별로 감면액이 다른데 7, 8, 9월 3개월의 세액을 감면해 준다. 도난차량이나 폐차도 같은 혜택을 받는다. 물론 위반차량에 대한 벌칙도 있다. 홀짝제 위반운행을 하다가 적발되면 당월분의 보험금이나 세액감면혜택이 없어진다.

홀짝제, 차 안타면 그만인데 뭐가 그리 문제냐고 단순하게 생각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합당한 세금을 내고 합법적으로 허가된 개인소유의 차량을 개인이 마음대로 탈 수 있느냐의 문제, 즉 헌법상 명시된 다양한 기본권들의 문제이다. 중국과 한국의 홀짝제,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신중하고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합리적 설득과정도 있으면 좋겠다. 마음으로 전달되는 세상이 되려면 제대로 된 법질서, 가치기준의 바탕이 필수적이다. 왠지,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 한번 돌이키고 싶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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