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기획재정부 강호인 공공혁신기획관

"대구·경북 협력 광역경제권 구축 시너지효과 내야"

"부모님께 용돈을 타 쓰려고 거짓말을 자꾸 하다가, 발목 잡힌 셈이라 할 수 있죠." 기획재정부의 강호인(51) 공공혁신 기획관은 공직을 택하게 된 계기를 묻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취생활을 하며 대학(연세대 경영학과)에 다닐 때 용돈이 궁해 전공서적 산다는 식으로 둘러댔다가 이마저 어렵게 됐을 때쯤, 법률서적 산다고 몇번 거짓말을 한 바람에 떠밀려 고시공부를 하게 됐단다.

그전까지만 해도 장래 희망은 국내 굴지의 종합상사에 입사,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주역으로 뛰는 것이었다.

얘기가 나온 김에 대구와 경북은 기업인들에게 어느 정도 매력이 있는 도시인지 궁금해졌다. "대구 자체만 놓고 보면 지리적 여건 등으로 국내외 기업들이 투자하기에 단점이 더 많은 곳입니다. 대구와 경북이 협력, 광역경제권 구축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합니다."

강 기획관은 대구·경북이 경제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도민들에게 '발전 주권(主權)'을 부여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지역의 발전 방안을 지도층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지역민들 간에 치열한 찬·반 토론을 통해 모색해야 한다는 것. "시장·도지사 등 지역의 지도층이 지역의 미래 산업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뒤 지역민들에게 뒤따라오도록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지역민들과 함께 진지하게 토론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내외의 출향 인사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나 관계 등은 물론 해외에 있는 지역출신 인사들까지 망라하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 지역발전 방향에 대해 수시로 자문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는 것.

보수적인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는 기존의 틀을 깨는 것도 중요하단다. 가령, 예술적으로 끼가 넘치는 젊은이들이 대구의 동성로 등과 같은 곳에 모여 마음껏 놀고 능력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 문화산업 분야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란다.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2011년 열릴 예정이지만 대회 자체보다는 이를 계기로 국제 패션쇼를 개최하는 등 문화도시로서 대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30년 이상 앞을 내다보며 다른 지자체 등에서 하지 않고 있는 신산업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지역산업의 틀에 얽매일 바에는 차라리 빈 손이라 생각하고 새 출발을 하겠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섬유 산업만 해도 생산시설 현대화만으로 중국 등에 맞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기는 힘들며 IT 산업 등과 결합, 고부가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아이디어만 좋으면 경쟁력 있는 일류도시로 도약할 수 있고,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지론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경제체제에서는 국가끼리가 아니라 도시 간에 경쟁이 벌어지게 되는데, 어느 도시든 산업 아이디어만 좋으면, 사람과 돈·기업이 저절로 모여들 수밖에 없단다. 일류 아이디어만 갖고 있으면, 일류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옛날에는 선진국의 기술을 잘 모방해 따라가기만 해도 되는 등 경제발전을 위한 '해답'이 이미 제시돼 있었으나 앞으로는 해답을 스스로 찾아나가야 합니다."

대구 출신인 그는 대륜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4학년 재학 중 행정고시(24회)에 합격한 뒤 경제기획원과 재경부·기획예산처·기획재정부 등에서 예산과 경제정책 등 핵심 분야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색소폰 연주 솜씨가 아마추어로는 수준급인 그는 3년 전부터 과천청사에 색소폰 동호회를 조직,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재즈곡으로 개인 연주회를 한번 가져보는 게 꿈이란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노인종합복지회관으로 가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