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에서 의류업을 하는 조영호(46)씨는 며칠 전 헌 냉장고를 처분하기 위해 동사무소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종량제 쓰레기 봉투처럼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대형폐기물 배출 스티커'를 구입, 폐기물에 부착하고 동사무소에 전화만 하면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것. 조씨는 "250ℓ들이 냉장고를 처리하는 데 7천여원의 스티커 구입비용이 들었을 뿐"이라며 "냉장고를 내놓은 장소와 시간을 동사무소에 알려줬더니 구청에서 즉시 냉장고를 치워줬다"고 흡족해했다.
배출 절차가 번거로운 대형폐기물을 간편하게 버릴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일부 구청에서 시행돼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냉장고, 장롱 등 대형폐기물을 버릴 때에는 동사무소에 들러 은행납부용 폐기물 고지서를 출력, 은행에 처리비용을 내고 영수증을 재차 동사무소에 확인시켜야 해 불편이 많았다.
대구 중구청은 이달부터 대형폐기물 처리 과정을 '스티커' 하나로 해결하는 '대형폐기물 스티커제'를 도입했다. 대형폐기물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주민들의 지적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성내 1·2동에서 시범 실시해온 것.
시범 시행해 보니 냉장고 부피나 장롱의 크기를 실제보다 적게 해 스티커를 붙이는 '양심불량'은 없었고 오히려 무단투기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았다고 구청은 밝혔다. 성내 1·2동의 지난해 대형폐기물 처리내용을 분석한 결과, 사업 실시 전 하루 평균 13.1건이던 폐기물 신고건수가 14.5건으로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도 1천715만원에서 1천869만2천원으로 증가했다. '대형폐기물 스티커제' 실시 전 잦았던 폐기물 무단배출 경향을 없애면서 세수까지 늘리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남구청도 지난해 11월부터 대형폐기물 처리를 온라인으로 접수, 처리비용을 전자거래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남구청 홈페이지에 대형폐기물 거치장소와 시간을 남기고 폐기물 처리 금액을 전자거래로 결제하면 끝. 주민들은 폐기물을 미리 기재한 장소에 내놓기만 하면 되도록 했다. 이 제도는 지금까지 300명 이상의 주민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청 관계자는 "대형폐기물 스티커제는 주민 스스로 수수료 조견표를 보고 스티커를 직접 폐기물에 붙일 수 있게 한 점이 성공요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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