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눈의 미학'에서 본 남녀합반

임철규 연세대 명예교수가 쓴 '눈의 역사 눈의 미학'에 따르면 남성의 시선은 권력을 상징한다. 남성의 시선은 폭력적이고 심지어 제국주의적이라고까지 한다. 남성의 눈은 욕망을 추구하는 힘 그 자체라는 것이다. 로마의 학자이자 시인이었던 바로는 "눈의 지각이 뿜어내는 힘은 별들에도 이른다"고 했다. 그리스 비극에서 오이디푸스는 나중에 자신의 눈을 뽑아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자신의 죄를 벌한다. 모든 것이 '눈의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의미에서다. 임 교수는 "나는 본다"는 의미는 다름 아닌 "눈으로 범한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지적한다.

남성이 시각에 민감하다는 것은 '눈의 음욕'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다. 남자들이 거리를 지나가며 미모의 여성들에게 슬쩍슬쩍 곁눈질을 하는 까닭은 바로 눈을 통한 음욕의 충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찍이 예수는 "누구든지 여인을 보고 음욕을 품으면 그는 이미 간음한 자이다"라고 했다.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사람은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범하였다. 네 오른 눈이 너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거든, 빼서 내버려라"라고 마태복음은 들려준다.

눈의 미학은, 예컨대 남성은 여성의 누드만 봐도 사랑과는 별개로 성적 욕망이 일어난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반면 여성들은 시각적인 자극을 줘도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면 성적 욕망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게 바로 '화성남자'와 '금성여자'의 본능적인 차이라고 하겠다.

남성주의적인 눈의 미학에서 보면 여성의 자극적인 패션이나 화장은 남성을 유혹하기 위한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불경기일수록 여성의 치마가 짧아진다는 속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는 여성들의 미니스커트나 짙은 화장은 자기만족적 욕망의 추구나 유행에 따른 것이지 결코 남성과 결부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본격적인 노출의 계절을 맞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남성들의 시선이 즐겁다고 하면 너무 속된 표현일까. 시각에 탐닉하는 게 바로 남성들의 '동물적'인 본능 구조다. 중고생 가수인 '소녀시대'의 팬들이 여성보다 남성들이 더 많고 30, 40대들도 열광하는 것은 남성들의 관음증을 충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소 핫(so hot)'의 인기 비결에는 이런 '늑대' 같은 마음들이 있는 것이다.

짙은 화장에 소녀 같지 않은 '소녀시대'의 영향인지 요즘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의 패션이나 화장은 가히 여대생 수준이다. 꽉 끼는 상의,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 짙은 화장 등이 자못 유혹적이다. 여학생들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몸에 달라붙는 상의에 짧은 치마를 입는다. 그게 요즘 10대들의 유행이다. 세계의 명문학교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6개 교육선진국의 20개 학교를 방문했지만 한국 여학생들보다는 화려하지 않았다.

여학생들의 자극적인 패션이나 짙은 화장은 남녀합반인 중고등학교의 교실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눈의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시각에 민감한 사춘기의 남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성적 호기심과 욕망을 자극해 학업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두 번 만나면 키스하고 100일이 넘으면 섹스까지 할 정도로 성적 개방 풍조는 기성세대의 상상을 초월한다.

1998년 인성교육을 위해 도입한 남녀공학(남녀합반)은 10년이 지나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얼마 전 초교 6학년인 아들은 쿠션 만들기 자수 숙제를 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결국 엄마가 대신해주는 것으로 숙제를 마칠 수 있었다. 또 중고등학교 수행평가에서 남학생들은 예쁜 글씨체와 디자인으로 포장해 과제물을 내는 여학생들을 당해내지 못한다. 이는 바로 내신 성적과 직결된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의 꼼꼼한 성적관리에 적수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최근 선진국에서도 남녀 '따로 수업'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남녀분반 공립학교는 2곳에 불과했지만 올 가을학기부터는 500개 학교가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남녀공학이 중학교 82%, 고등학교 61%에 달하고 대부분 남녀합반이다. 이제라도 남녀분반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 (특히 남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근심을 덜어주어야 한다. 나아가 남녀공학, 남녀분반, 남학교, 여학교 등 중고등학교의 유형을 다양화해 학부모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어야 할 것이다.

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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