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택건설은 한때 전국에 내놓을 수 있는 대구의 몇 안 되는 자랑이었다. 광고에서 유명 연극인이 '우방에서 살아요'라는 카피로 히트를 치던 때가 있었다. 서울의 대형 건설사들이 대구에 내려와도 자체 브랜드로는 영업이 안돼 지역 업체 브랜드를 빌려야만 했다. 서울서도 청구 우방 보성 브랜드는 최고로 통하던 시절이 불과 10년 전.
그런데 이제는 지역 토종 건설사의 씨가 마르고 있다. IMF 당시 급격히 침체됐다가 잠시 기운을 차리는가 싶더니 최근 불어닥친 주택경기 불황에다 대형 역외업체의 시장 잠식으로 또다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본사를 아예 서울로 이전하거나 경영난으로 신규 사업을 중단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
1990년대 대구를 대표했던 건설사인 청구의 경우 2006년 힘들게 법정관리를 졸업했으나 M&A를 통해 서울 소재 기업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 올들어 본사를 서울로 이전했다. 현재 수성구에 소재한 사옥 매각을 추진중이다.
영남건설도 같은해 법정관리를 졸업했으나 두차례 인수 과정을 거쳐 본사 기능을 서울로 옮겼고, 현재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업체 모두 인수사들이 본사 유지를 약속했으나 대구 주택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이유를 들어 서울로 옮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 2005년 법정관리 이후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분양 사업을 펼쳐오던 C&우방도 미분양 물량 증가에다 자금난으로 지난해 이후 아파트 사업 수주를 중단한 상태며 기존 수주 사업장의 분양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서한과 한라주택, SD건설 등 비교적 견실한 재무구조를 가진 중견 건설사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비슷하다.
아파트 중심의 민간 부문은 위험부담으로 신규 수주가 어려운데다 대형 공공부문 공사는 역외 1군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으며 BTL(정부의 민간자본유치)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져 별다른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업체들의 위상 추락은 수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3년 대구에서 발주된 민간공사 2조1천438억원 중 47%(1조89억), 관급을 포함해서 총 공사 금액 3조100억원을 차지했던 지역업체 수주규모가 지난해에는 민간공사 3조805억원 중 33%(1조98억), 전체 발주액 기준으로는 36%(1조5천673억)에 그쳤다.
또 지난1997년 시공능력평가에서 전국 100위내 기업에 청구 우방 보성 화성 서한 등 무려 5개가 포진했으나 지난해에는 화성(49위)과 우방(68위)만이 순위내에 들었을 정도다.
지역 시공사 관계자들은 "역외업체들의 대구 시장 장악력이 높아진데다 경기침체로 지역업체들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태"라며 "지역업체들이 관급을 뺀 민간 부문에서 신규 수주한 공사가 거의 없어 외형이 점차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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