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쇠고기 원산지표시 단속 확대 첫 날 "너무 까다롭다"

▲ 농산물품질관리원 단속반이 대구의 한 소형 음식점에서 올바른 원산지표시제를 설명하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 농산물품질관리원 단속반이 대구의 한 소형 음식점에서 올바른 원산지표시제를 설명하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100㎡이하의 소형 음식점까지 쇠고기 원산지표시 단속이 시작된 첫날인 1일. 대부분의 소형 음식점들은 원산지 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아예 표시 않았거나,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음식점들이 많았고 주방이나 계산대에 조그맣게 표시해 손님들이 원산지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한 곳도 적잖았다.

◆너무 헷갈려요=1일 오후 3시쯤 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 단속반이 들이닥친 수성구 범어동의 한 음식점(89.25㎡).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곰탕(국산)', '갈비탕(호주산)', '육개장', '쇠고기불고기' 등으로 표기돼 있었다. 그 아래에는 '우리집 쇠고기는 호주산입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붙어있었다. 이 음식점은 일부 메뉴에 '국산'을 표기했지만 육우, 한우 같은 고기 종류를 표기하지 않아 미표시로 적발됐다. 특히 갈비탕은 고기 산지 표시만 하고 갈비탕 육수로 쓰인 중국산 액기스는 표시하지 않아 '허위표시'로 지적받았다.

단속반 조정영씨는 "이 갈비탕은 호주산과 중국산을 동시에 표시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가게 주인은 "작은 음식점에선 국물은 액기스를 사다 쓰는 집이 많다. 고기만 표기하면 문제없는 줄 알았다"며 당황해하는 표정이었다.

수성구 만촌동의 '한우 곰탕'집(75㎡)은 '한우'로만 표기해 '국내산' 등 산지 표시를 하지 않았다. 주인 이모(43·여)씨는 "예전에는 한우와 중국산 뼈를 섞어 썼지만 원산지 표시제 시행 후에는 한우뼈만 쓰기로 하고 가격도 2천~3천원 인상했다"며 "한우라고 쓰면 모두 국내산인줄 알았다"고 했다.

인근의 돼지국밥집은 쇠고기 국밥을 함께 팔면서도 사용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아 주의를 받았다. 이날 단속반은 업소에서 1년간 보관토록 돼 있는 거래명세서를 확인하고 '고의성' 여부를 따진 뒤 시정 조치를 내렸다.

중구와 북구, 남구 등 취재진이 돌아본 소형음식점들 상당수도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업주들은 "전문적으로 쇠고기를 취급하는 것도 아닌데 표시법이 너무 까다롭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뒷골목' 음식점은 엄두도 못낸다=원산지 표시 대상이 국이나 반찬에 들어가는 쇠고기를 취급하는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됐지만, 단속은 쉽잖아 보였다. 100㎡ 미만으로 단속대상이 확대되면서 대상 음식점들이 2만8천개로 그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농관원 직원 7명이 단속업무를 도맡는데 1인당 4천개가 넘는 음식점을 살펴야 한다.

농관원 측은 33㎡(10평)이하 영세 음식점에 대해서는 두 달여간 유예 기간을 더 주기로 했다. 그러나 12월 22일부터 원산지 표시제가 돼지고기·닭고기·배추김치까지 확대되면 골목의 작은 영세음식점까지 단속력이 미칠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또 100㎡이상 음식점들은 농산물품질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이 동시에 적용되면서 농관원과 각 지자체가 각각 점검에 나설수 있지만, 100㎡미만은 농산물품질관리법만 적용돼 지자체들의 단속 권한이 없다.

농관원 김석준 기동반장은 "소형 음식점 대부분이 생계형이기 때문에 당분간 시정조치로 개선을 유도하고, 향후 허위로 표시하거나 의도적으로 미표시한 업소에 대해서는 강력히 단속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편 농관원 경북지원이 7월부터 3개월간 100㎡이상 음식점들을 단속한 결과 대구·경북에서는 허위표시로 21건, 미표시로 10건이 적발되는 등 모두 31개 음식점이 처벌을 받았다. 구청 점검에서는 대구의 18개 업소가 원산지표시를 위반해 적발됐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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