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라이온즈, 두산 빠른 발 '족쇄' 채운다

"갑돌이가 있으니 괜찮아요. 그치, 갑돌?" 14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삼성 라이온즈의 한대화 수석코치가 선수들의 컨디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말고 근처를 지나던 진갑용에게 애칭을 부르며 한 마디 던졌다. 넉살 좋은 주장 진갑용은 그답게 웃으며 큰 소리로 답했다. "그럼요. 걱정 마십쇼."

16일부터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삼성의 1차 목표는 두산의 '발야구'에 족쇄를 채우는 것. 이종욱, 고영민, 오재원 등이 주루 플레이에 능해 삼성은 포수 진갑용, 현재윤과 외야수들이 수비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진갑용과 우익수 최형우는 중심 타자 역할까지 해야 하기에 어깨가 더 무겁다.

두산은 올 시즌 팀 도루 1위(189개)다. 팀 도루 최하위(59개)인 삼성과는 무려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 이종욱이 47차례, 고영민이 39차례, 오재원이 28차례나 상대 베이스를 훔쳤으니 '두산 육상단'이란 별칭이 붙을 만하다. 삼성의 포수인 진갑용과 현재윤의 수비가 정상급이지만 부담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포수의 송구 능력이 좋아야 도루를 저지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볼카운트에 따라, 투수가 던질 것으로 예상한 구질에 따라 주자는 도루 기회를 잡는다. 진갑용과 현재윤이 타자 뿐 아니라 주자와도 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존 에니스, 윤성환 등 투수들의 투구 동작이 다소 크기에 더욱 볼 배합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두산은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 플레이에 능하기 때문에 외야수들은 정확한 타구 판단과 송구로 두산의 발을 묶어야 한다. 최형우는 강한 어깨를 갖고 있지만 타구 판단 능력이 좌익수 김창희, 중견수 박한이에 못 미친다. 타자들의 타격 성향과 그에 따른 수비 위치 변경, 내·외야 중계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익히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삼성의 주포 역할을 해온 박석민은 현재 갈비뼈에 실금이 가 출장이 불투명한 상태. 공교롭게도 원정 숙소 룸메이트인 김재걸이 복귀하자마자 같은 부상으로 휴업 중이다. 4번 타자를 맡을 것으로 보이는 진갑용과 두산전(타율 0.353)에 유독 강한 현재윤, 최형우(19홈런 중 두산전에서 7개)가 박석민의 공백을 메워야 할 형편이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공·수의 기둥 역할을 잘 해낸 진갑용은 한 수석코치의 믿음처럼 두산전에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다만 허벅지 부상을 안고 있어 두산전에서 맹활약한 현재윤에게 포수 마스크를 넘기고 타석에만 설 수도 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찾은 최형우도 이젠 한 방을 날릴 때가 됐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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