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이야기] 대도시 인구집중 차단정책

2008년 10월 1일 저장성(浙江省) 자싱시(嘉興市)에서 '농업호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날부터 자싱시는 거주지 호구등록이라는 새로운 호적관리제도, 도시와 농촌의 통일적인 호구이전제도, 거주지별 인구통계제도를 만들어 농업호구를 취소했다. 대신 유입된 농업호구를 비농업호구관리모델로 분류하여 도시와 농촌 상관없이 모든 거주민들을 통일적으로 '거민호구'로 등록시켰다. 지난 8월에는 선전시(深玔市)에서도 이와 유사한 호적제도의 개혁이 있었다. 주민증제도와 관련해서 선전시의 거주증을 가진 거주민의 자녀에게는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10년 장기거주증'을 가진 주민들에게는 향후 사회보장체제에 편입시킬 것이라는 계획도 발표하였다.

이를 지지하는 중앙정부의 정책도 제안되었다. 지난 10월 12일에 끝난 제17기 제3차 중국공산당전체회의에서는 도시와 농촌의 이원적 구조를 타파하여 도농발전의 일체화를 위한 새로운 구조를 만들겠다는 정책제안이 있었다. 후진타오주석 역시 농촌의 토지사용권을 매매 또는 양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농촌발전을 위해 농촌지역을 대규모 단위로 재조정하고 기계화를 지원하겠다고 약속도 덧붙였다. 지금까지 30년이었던 토지사용권도 70년으로 연장시켰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호구제도개혁은 몇몇 지방중소도시에 한정되고 있지만 중국이 당면한 도농이원화구조를 타파하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한다. 비록 아직까지는 몇몇 지방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단순히 신분증상의 차별만 없애는 수준이지만 향후 도시로 이주하는 농민 누구나 도시인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 의료보험, 기초교육 등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고 있다.

중국이 호구제도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농촌호구를 없애려는 데는 여러 가지 목적이 내재되어있다. 우선 현재 중국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의 하나인 농민공들의 대도시 유입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즉 도농일원화라는 호구제도의 개혁을 통해 대도시로 유입되는 농촌인구를 지방중소도시로 유인할 수 있다. 원리는 이렇다. 지금까지는 농촌지역을 이탈한 농민이 대도시와 중소도시 모두 합법적인 호구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착하기 쉬운 대도시를 선택했다. 그러나 만약 호구제도가 폐지되어서 합법적으로 고향근처 중소도시의 호구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대도시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둘째는 지방도시의 발전이다. 중국의 농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농민의 수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것이다. 토지사용권의 매매나 양도를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제도적 방안 중의 하나이며, 그 외에도 실제로 농민이 농촌을 떠날 수 없도록 압력을 행사했던 농촌지역내의 부농에 대한 대책도 마련 중에 있다. 최근 일부성에서는 현(縣)정부도 외자기업의 등록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지방도시가 실제적인 유인효과를 가지도록 권한을 이관하고 있다.

셋째, 중국이 당면한 수출부진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지방도시의 발전과 농민의 소득증대는 당연히 내수확대를 가져온다. 토지사용권을 판 농민들이 도시로 진입하면 전국적으로 도시화의 진행이 빨라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구매력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호구개혁이 혁명주체인 중국 농민을 또 다른 혁명의 수단이자 소모품으로 전락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도권집중 문제의 해결묘책도 있다. 단순한 논리다. 당연히 개인에게 가야할 권리를 개인에게 주고, 지방정부에게 가야할 권리를 지방정부에게 주는 것이다. 법인설립과 등록 그리고 조세체계를 지방정부에 위임하고 자율에 맡기면 된다. 그러면 세금이 싼 지방정부로 기업체가 이전하게 될 것이고, 지방정부의 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수도권집중화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동시에 국가를 위해서 특정지역의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희생에 대한 보상도 해주면 된다. 대구공군기지이전 문제가 바로 그렇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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