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자존감 높이기-표현의 미학

지역의 한 여성단체에서 지역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존감 향상을 위한 여성학 학교'를 연다며 한 강좌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왔다. 지역의 여성단체에서 하는 제의는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는 편이어서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교육에 참여했다. 어린 아이를 이웃에 맡기고 오는 여성,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오는 여성, 심지어 3개월이 된 아이를 안고 오는 엄마까지 지역의 많은 여성들이 모였다.

교육에 참여한 여성 대다수의 고민이 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한다는 것이었다. 왜 할 말을 다 못하느냐고 물으니, 자기주장을 해서 갈등이 생기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더 불편하고 여태껏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기보다는 참으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존감이 향상 되려면 자기를 이해하고 개방하고 수용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기를 개방하기 위해서는 말이 필요하다.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자신의 느낌을 말하고, 자신을 개방하는 작업들은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자기주장을 하는 것은 자존감을 향상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착하고 순응적으로 키워져 자기주장을 하면 '거세다! 무섭다! 나쁘다!' 등의 피드백을 듣는다. 그래서 웬만한 힘을 가지지 않는 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남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 자기주장이 강하고 소신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 순종적이지 못하고 이기적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착한지 아닌지를 검열하게 된다. 자기 검열과 다른 사람들의 검열에 착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명이 되면 바로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혀 자신도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비난도 받게 된다. 착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한이 너무 크기 때문에 착한 것이 불편하고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착한 사람을 '가슴이 퍼렇게 멍든 천사'라고 한다. 나이 들어 홧병에 걸리고 심인성 질환에 걸려 이 병원 저 병원 다니기보다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말이 곧 존재라고 하듯이 자신에 대한 존재감이 있어야 자기주장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주장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나 상처주자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서 관계가 좋아지는 방법도 있다. 이왕 하는 말이면 되도록 상처 주는 말보다 따뜻하게 감싸는 말을, 두고두고 원한이 맺히는 말보다는 희망과 격려를 주는 말들을 하자. 여러 가지로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는 세상에서 서로에게 힘주고 힘 받을 수 있는 말들을 서로 나누며 살았으면 한다.

조윤숙(대구여성의전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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