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경 왜 써야 하나?…어린이는 불편해도 반드시 써야

미국에 살고 있는 김모(49) 씨는 거의 20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가 적잖이 놀랐다. 미국과 달리 안경 쓴 사람이 너무 많아 낯설기까지 했다는 것. 김씨는 "다소 과장해서 말하면 미국에선 안경 쓴 사람을 만나기 힘든데 한국에선 안경 안 쓴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아들이 다니는 미국 학교의 경우도 안경 쓴 학생이 한 반에 2, 3명뿐으로, 그 중 아들이 가장 두꺼운 안경을 쓰고 다니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서양인보다 진짜 눈이 더 나쁜지, 그 이유는 뭔지 궁금하다"고 했다.

◆'안경잡이', 우리나라에 더 많나

서양보다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근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근시 유병률은 나라마다 큰 차이가 있지만 동아시아 국가의 근시 유병률이 유독 심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의 근시 유병률은 50~80%로 서구 국가 20~50%보다 크게 높다는 연구 보고도 나와 있다. 그렇다면 왜 더 나쁠까. 국가별 근시 유병률 차이는 유전적인 영향과 과도한 조기 교육 등이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뜨거운 교육열에 따른 조기 교육으로 책을 보고 공부하는 연령대가 너무 빨라 시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또 호주의 한 연구진에 따르면 호주 학동기 아동 4천여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동아시아계 아이 근시 발병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외 활동을 많이 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근시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한편 안경사협회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최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천502명을 대상으로 '성인 안경 사용률'을 조사한 결과 안경 사용률이 47%, 콘택트렌즈 사용률은 7.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에 따르면 안경 사용률은 1987년 24.1%에서 95년 34.8%, 올해 47%로, 20년 전에 비해 배나 늘었다.

◆안경, 꼭 써야 하나

근시, 난시 등으로 시력이 저하되면 보통 안경을 착용한다. 그런데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얘기 때문에 착용할지 말지 고민스럽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안경 착용 여부는 소아냐 성인이냐에 따라 다르다. 성인의 경우엔 이미 근시 진행이 정지됐기 때문에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안경 착용에 따른 시력 향상과 불편함의 득실을 따져 결정하면 된다. 그러나 소아의 경우 시각기관이 성장·발달 단계에 있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안경을 착용하는 게 좋다. 근시나 원시, 난시 등 굴절 이상이 있는데도 안경을 착용하지 않을 경우 적절한 시 자극이 망막에 전달되지 않아 영구적인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약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근시의 경우 성장하는 동안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근시가 점점 더 심해진다. 또 안경은 시력을 교정할 뿐 근시의 진행 속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안경을 쓴다고 눈이 더 나빠지진 않는다. 다만 시력이 과하게 교정되는 등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착용할 경우엔 눈 피로감이 심하고 시력 교정을 방해해 조기에 노안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안과에서 종합적인 검사를 받은 뒤 자신의 도수에 맞는 안경을 착용하는 게 좋다.

◆시력, 회복될 순 없나

결론부터 말하면 한번 나빠진 눈이 다시 회복되는 경우는 없다. '눈이 좋아지려면 먼 산을 보고 숲이나 나무 등 푸른 색을 많이 보라'고 하는 것도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차원이지 나빠진 눈을 다시 좋게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가성 근시의 경우 휴식을 취하고 눈 운동을 해주면 다시 좋아지긴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가성 근시'에만 해당된다. 밤샘, 근거리 작업, 과로 등으로 무리하다 보니 잠시 근시가 나타난 것이지 눈이 나빠진 게 아니다. 눈 운동 치료라는 분야도 있긴 하지만 안과학회 차원에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때문에 좋은 시력을 가지기 위한 방법은 예방밖에 없다. 과도한 근거리 작업을 피하고 적절한 영양 섭취 및 운동, 휴식,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중요하다. 근시의 발생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국내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아 시기에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길수록, TV 시청 거리가 짧을수록 눈이 나빠진다고 한다. 또 독서 시간 및 근거리 작업 시간, 누워서 책을 보는 등의 독서 자세도 근시 발생률과 관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경 착용 외 시력을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진행된 근시를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은 시력 교정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일시적으로 시력을 교정하는 방법도 있는데, 콘택트렌즈의 일종인 역기하렌즈(일명 드림렌즈)를 잠잘 때 착용하는 것으로, 착용 중 각막 중심부위를 눌러줘 근시를 교정하는 효과가 있다. 낮에 렌즈를 빼면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4~6디옵터 이하의 중등도 근시만 교정이 가능하고, 렌즈 착용을 중단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시력 교정 수술이 불가능한 소아에 주로 사용된다.

시력 교정 수술은 보통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행해진다. 라식, 라섹, 인트라라식 등 레이저 각막절삭을 이용한 시력교정술은 수술 전 정밀한 각막 검사를 통해 원추각막을 비롯한 각막 질환을 사전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막 질환이 있거나 수술 후 잔여 각막이 너무 적은 경우 수술 후 각막 확장증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각막이 아주 얇거나, 근시 도수가 높아 각막절삭이 힘든 경우엔 ICL, 알티산렌즈 등 다양한 안내 렌즈 삽입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는 눈 속에 미세한 렌즈를 삽입해 시력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수술 성공률이 높고 안전한 방법이지만 백내장, 녹내장, 포도막염 등 안내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시행할 수 없고, 합병증으로 안내염, 녹내장 등의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안견 안견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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