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독서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 유나라는 학생이 있다. 대구 동평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유나는 초교 5학년 때부터 신문일기를 써오고 있다. 현재까지 쓴 신문일기가 스프링 노트로 여섯 권이나 된다. 신문일기 노트를 자신의 '보물 1호'라고 한다. 한 권은 아쉽게도 잃어버렸는데 국어선생님이 학습지도를 위해 참고로 보시겠다고 거둬갔는데 그만 분실했다는 것이다. 그때 유나는 상심이 너무 커 가슴앓이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전출 간 선생님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다시 한번 찾아보시면 안 되겠느냐고 할 정도였다. 신문일기 노트는 이 아이의 분신이라는 걸 알게 됐다.
유나가 처음 신문일기를 썼을 땐 필자가 자료를 주고 다음 시간까지 과제물로 제출하게 했다. 매사에 빈틈이 없는 성격이라 여느 학생들보다 정리를 잘 해왔기 때문에 늘 칭찬을 해주었다. 시간이 지나자 신문일기 노트가 점점 부풀어 올라(기사를 노트에 붙이다 보니 공간이 생겨남) 그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한 권의 노트가 채워지면 새 노트를 마련해 '여기에는 어떤 기사들이 남겨질까' 잔뜩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한 권씩 늘어나는 신문일기 노트를 보며 신문 읽기에 신명이 났다.
신문을 읽으면서 즐거울 때는 예전에 신문일기를 통해 만났던 인물을 다시 신문 지면에서나 방송에 소개되는 경우란다. 워런 버핏을 예로 들었다. '투자의 귀재'이자 '기부의 대부' 버핏은 유나의 관심 인물이다. 금융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 이 아이는 버핏이 어디에 투자하는지 주목하고 있다. 신문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예는 학습 활동에서도 나타난다. 수행평가 과제를 할 때 친구들은 무조건 인터넷에 의존하지만 유나는 신문을 통해 거의 해결한다. 여섯 권의 신문일기 노트에는 정치나 경제, 문화, 환경 등 웬만한 자료가 수록돼 남다르게 과제물을 만들어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신문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친구들이 무슨 재미로 신문을 읽느냐며 의아해하면 유나는 그 매력을 모르는 친구들이 안타깝단다. 처음엔 자신도 과제물을 위해 신문을 읽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궁무진한 정보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해주는 신문이 더없이 소중해지더라는 것이다. 지금은 신문을 읽지 않고는 하루를 마무리하지 못할 정도로 신문 애독자가 됐다.
유나는 신문에 소개되는 미술전시회와 음악, 영화, 뮤지컬 공연을 찾아 나선다. 꼭 보고 싶은 뮤지컬은 VIP석 티켓을 사기 위해 용돈 지출을 최대한 줄인다고 한다. "선생님, 저는 엄마가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그때에 지금의 나이였으면 좋겠어요. 편지를 주고 받고, 시에 대한 느낌이나 책을 읽고 토론할 시간이 있지 않았나요. 낭만이 있었잖아요." 신문을 잘 활용하고 있는 유나의 꿈은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다. '청출어람'이 새삼 떠오른다. 바로 유나다.
장남희(운암고 2학년 임유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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