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분양 아파트 '할인판매' 시대 열리나

정부가 지방 미분양 아파트 할인 매입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금기시돼 온 '아파트 할인 판매'가 공식화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10.21' 대책의 하나로 2조원의 예산을 투입, 다음달부터 공정률 50% 이상의 준공전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역경매 방식으로 환매조건부 매입에 나선다.

부동산 업계는 "주택보증에서 매입하는 아파트는 향후 할인 가격으로 분양 시장에 나오게 된다"며 "정부발 아파트 할인 판매가 시작되고 미분양 펀드까지 등장하면 아파트 공식 할인 시장이 열리는 셈"이라고 밝혔다.

◆미분양 할인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나

건설사들은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 발표 이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 건설사 임원은 "유동성 확보를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미분양 아파트 매각"이라며 "상당수 업체들이 미분양 매각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시공사들이 헐값(?)이지만 미분양 매각을 검토하는 이유는 계약자들의 반발로 자금난에 몰려도 공식 미분양 판매에 나서기가 불가능한 탓이다. 'IMF 시절'에도 시공사 할인 판매는 공식화 되지 않았을 정도.

분양대행사 리코 최동욱 대표는 "IMF 때도 계약자 반발을 의식해 직원 명의를 이용한 차명 분양으로 공사 대금을 조달한 뒤 준공 미분양은 전량 하도급 업체들에게 넘기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유일한 할인 판매는 '땡처리 전문 업체'에 분양가의 20~30%선에서 음성적으로 매각하는 것.

그러나 내년부터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보증은 환매조건부 방식으로 아파트를 할인 매입한 뒤 시공사가 준공 6개월내 환매 의사가 없으면 임대 전환이나 할인된 가격에 일반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중인 미분양 펀드도 할인 매입한 아파트에 차익을 더한 가격에 재분양에 나서게 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택보증이나 미분양 펀드에서 내놓은 미분양 아파트 가격은 최초 분양가의 70~80%선이 될 것"이라며 "할인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직접 할인 판매에 나서는 시공사들도 생겨날 것"라고 밝혔다.

◆정부가 할인 매입하는 대구경북 아파트 규모는

대한주택보증은 지방 미분양이 집중돼 있는 대구와 부산 등 영남권 아파트를 우선적으로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대구 미분양은 2만1천가구, 경북은 1만5천800가구로 지방 전체 미분양 13만가구의 28%에 이른다. 미분양 아파트 매입 자금 2조원을 비율로 나눠보면 5천억원 이상이 대구경북에 풀리는 셈이다. 그러나 전체 분양가구 중 미분양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역이 높은 만큼 매입 예산이 1천억~2천억원 정도 추가로 지원될 가능성도 높다.

건설협회 대구시지회 관계자는 "이 정도 예산이면 2천~3천 가구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일 수 있다"며 "주공의 준공 후 미분양 매입분까지 합치면 정부 매입분이 4천가구까지도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매입 가격이 낮은데다 기존 계약자들의 집단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시공사들이 얼마나 매각에 나설지는 미지수.

지역 시공사 한 임원은 "할인 매각에 나서면 브랜드 가치 하락은 물론 '부도설'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며 "특히 지역 업체들은 민원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어 매각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매입하는 미분양이 입지 여건이나 분양가격이 높은 '악성 매물'이 다수일 것으로 보여 '아파트 할인 시장'이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경북 지사장은 "비싼 대출 금리를 감수하고 잔금을 납부한 입주민이나 계약자들의 반발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에따른 후유증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택공사가 임대 목적으로 매입한 준공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기존 입주자들의 집단 민원과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