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만물 중 '웃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존재로는 인간이 유일하다. 그러기에 웃음은 신이 인간에게만 내린 선물이자 축복이다.
웃음은 크기와 높낮이, 온도 등에서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다. 부드럽고 따스한 미소에서부터 깔깔거리며 웃는 가가대소, 떠들썩한 홍소, 마구 터져나오는 폭소,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웃는 앙천대소, 주름도 겁내지 않고 활짝 웃는 파안대소, 손뼉을 치며 웃는 박장대소, 배를 잡고 웃는 포복절도, 허리가 끊어질듯 웃는 요절복통까지 진폭이 크다. 주변 사람들까지 웃게 만드는 즐거운 웃음들이다.
그런가하면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들거나 상처를 주는 웃음도 있다. 쓴웃음을 짓는 고소, 쌀쌀한 냉소, 피식 웃는 실소, 조롱하면서 웃는 조소, 비웃는듯한 비소 등이다. 요즘 신종 웃음 종류로는 '썩소(썩은 미소)'가 있다. 입 한쪽 꼬리만 슬쩍 올리는, 비웃는듯도 하고 자조하는듯도 한 묘한 미소다. 여하튼 싸늘한 웃음보다는 따뜻하고 즐거운 웃음이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는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SK브랜드 관리실이 웃음에 대한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했다. 20~50세의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한'웃음에 관한 라이프 스타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은 하루 평균 열 번쯤 웃고 한 번 웃을 때 약 8.6초 동안 웃는다는거다. 결국 하루 평균 웃는 시간은 90초 정도이며, 80세까지 산다고 볼 때 평생에 걸쳐 30일 정도만 웃는다는 얘기다. 그나마 500명 중 9명(1.8%)은 "하루에 한 번도 웃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고보니 너나없이 참 웃는데 인색하다.
반면 걱정근심에 소모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6분으로 나타났다. 인생 80년으로 환산하면 일생동안 10년이 넘는 시간을 근심걱정으로 지새우고 한숨을 푹푹 쉬며 산다는 말이 된다. 한국인에 유난히 많은 火病(화병)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웃음은 그 자체로 훌륭한 운동이자 인체면역력을 높여 질병을 치료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하는 뛰어난 효과가 있다. 바닥모를 경기침체로 모두가 우거지 상이 된 요즘 웃음이 더욱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웃음이 안 나오면 억지로라도 웃어보라고 권한다. 그것은 아름다운 전염병과도 같아서 공허한 마음을 이내 즐거움으로 채우며, 상대방의 닫힌 마음도 열게 만든다는 것이다. 웃음엔 돈도 들지 않는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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