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아파트의 값비싼 일반분양가 논란 뒤에는 분양가 산정을 맡은 감정평가업체들의 부실한 감정평가(감평)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아파트 임차인들은 감평업체들이 임대사업자인 대구도시공사에 유리하도록 감정평가액을 제출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 감평업체와 도공 사이의 '분양가 설정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관할 구청도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감평업체 재선정에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관련기사 9월16일 6면 참조).
대구 북구 서변동 서변그린타운(524가구) 임차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K감정평가법인과 D감정평가법인 2곳에 대해 '공문서 위조', '부실 감정평가'를 이유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대구지검에 제출했다.
임차인들은 "인근 분양 아파트보다 평당 20여만원이나 더 높은 분양가가 산정됐다"며 "도공 측이 분양가 산정 근거의 공개를 거부했는데, 그 이면에는 감평업체들의 부실한 감평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임대주택법에 따르면 감평업체는 분양가 산정을 위해 대상 아파트 전체 가구의 10%(52가구)를 실사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 아파트 경우 절반이 넘는 29가구에는 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감평업체를 선정한 북구청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 24일 도공 측에 '감정평가 재평가 의뢰에 따라 감정평가를 재실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감정평가서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현장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임차인들은 주장했다. 아파트 인근에 백화점과 대형소매점, 문화시설이 있고 생활소음도 65db(데시빌)로 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임차인들은 "우리 동네는 백화점은 고사하고 5일장이 열리는 곳"이라며 "또 전투기 소음이 80db이 넘는다는 판결까지 받은 아파트인데 도대체 감평을 어떻게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앞으로 들어가야할 아파트 하자보수 비용도 수십억원이나 되는데 감평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감평을 담당한 감평업체 한 관계자는 "아파트가 대체로 비슷한 형태여서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다"며 "위법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다"며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이곳 임차인 대표 주흥수(43)씨는 "제대로 실사도 하지 않고 책정된 분양가를 누가 믿겠느냐. 주민들이 돈을 내서라도 재감평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변그린타운(72.6㎡ · 79.2㎡ ·108.9㎡)의 경우 대구도시공사가 감평을 근거로 내놓은 분양가격은 3.3㎡당 320만원 선이었다.
이같은 임대아파트의 높은 일반분양가 논란은 이곳만이 아니다. 이달부터 일반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동구 신암동 신암그린타운의 경우 감평업체들이 아예 현지 실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역시 대구도시공사가 임대사업자인 이곳은 전체 120가구 중 10%(12가구)를 실사해야 하지만, 단 한 가구도 실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대구도시공사 측은 "감평업체가 현지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격이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며 "결과에 따라 잘못이 있다면 감평업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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