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보고 '악덕상술' 속지 마세요

▲ (사)대구노인가정봉사원협회 소속 굿실버 회원들이 노인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연극연습에 여념이 없다. 노인 상대 사기극에 대비하자는 내용의 설정이 현실과 잘 맞아 떨어진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사)대구노인가정봉사원협회 소속 굿실버 회원들이 노인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연극연습에 여념이 없다. 노인 상대 사기극에 대비하자는 내용의 설정이 현실과 잘 맞아 떨어진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박스를 뜯으셨으면 환불이 안됩니다." "아니, 박스를 안 뜯고 내용물이 뭔지 어떻게 알아요?"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달서구 상인동 (사)대구노인가정봉사원협회 교육장. 오는 6일부터 매주 목요일 마다 공연하는 연극 '만병통치약이 뭐길래'를 위한 막판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연기를 하는 노인들의 붉으락푸르락해지는 낯빛은 현실과 꼭 닮아있었다. 조금씩 군더더기가 있었지만 25분간 이어진 이들의 연극은 'NG'없이 이어졌다.

지난 4월부터 이론수업, 발성연습, 동작선 긋기까지 교육 받은 출연자들은 서로에게 중간 중간 대사를 불러주는 모습이 가끔 눈에 띄었지만 전체적으론 훌륭했다. 백발이 성성한 이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다.

연극의 주인공은 (사)대구노인가정봉사원협회 소속 굿실버 강사들. 정년퇴임한 교사 출신 노인들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해부터 경로당을 돌며 '노인 소비자 교육'을, 초교를 돌며 '노인 이해 교육'을 진행해왔다.

"노인들의 소비자피해 사례를 강연만 하기보다 연극으로 보여 주면 훨씬 더 피부에 와닿을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많아야 50명, 적으면 20명 안팎의 노인들을 관객으로 두고 벌이는 연극이지만 진지함이 가득하다.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 연습까지 한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연극은 머리털나고 처음"이라는 손영복(67)씨는 "처음에는 지적도 많이 당해 속상했지만 지금은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신난다"고 했다. 5년 전까지 고교 화학교사로 아이들을 꾸중하다 이제는 자신이 지적을 받는 터라 무척 쑥스러웠다고 한다.

이들의 지도를 맡은 문예진흥원 예술강사 이정진 총감독은 "연극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라 처음에는 메모를 보며 연기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을 정도"라며 "하지만 열정 하나만큼은 이미 연극배우"라고 말했다.

이들의 연극은 두 가지다. 노인들에게 '이벤트에 당첨됐다' '구경만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할 수 있다'는 식의 상술에 속지 말 것을 주문하는 연극 '아버지의 외출'과 여행 중에 물품을 돌리면서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라고 한 뒤 지로용지를 보내 대금을 청구하는 상술에 대비해야한다는 내용의 연극 '만병통치약이 뭐길래'가 준비됐다.

소비자 단체에서 노인 상담을 한 적이 있는 고영탁(72)씨는 "노인들이 정에 약하고 건강을 많이 챙기는 점을 악용해 속이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 연극을 통해 노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줄 것"이라고 했다. 노인 소비자 교육을 위한 이 연극은 6일 달서구 두류동 삼정그린경로당을 시작으로 27일 신당동 성산경로당까지 4차례 공연된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