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新보부상] ③잘아는 분야에서 창업하라

▲ 일본 소호무역으로 새로운 인생을 연 이상철 소호리 대표가 창고를 겸해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밝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일본 소호무역으로 새로운 인생을 연 이상철 소호리 대표가 창고를 겸해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밝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법인 대표보다 '1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이 훨씬 낫습니다.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적어 마음이 편한데다, 얼핏보기에는 고생하는 것 같지만 번드레한 양복을 입고 다니던 시절보다 실속은 더 짭짤합니다."

지난해 10월 어엿한 벤처기업 사장 자리를 벗어던지고 일본 소호무역을 통해 인터넷 쇼핑몰 '소호리(www.soholee.com)'의 창업자로 변신한 이상철(41)씨. 그는 "내가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일은 생각보다 더 잘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하루 일과는 스케줄에 따라 진행된다. 오전 10시 대구시 달서구 죽전동 창고 겸 사무실로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재고정리. 인터넷 쇼핑몰 소호리와 G마켓, 옥션 등 물품이 팔려나가는 곳이 많다 보니 자칫하면 판매량과 재고가 맞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잡화를 다루지만 주 품목은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과 같은 준명품류 신발이다. 이 대표는 풋살과 축구를 좋아하는 운동 마니아. 따라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운동화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고, 이를 창업 아이템으로 정한 것이다. 축구화와 농구화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축구화도 맨땅용, 천연잔디용, 인조잔디용이 따로 있고, 농구화 역시 포지션별로 종류가 다르다는 것은 제가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쉽게 알 수 없는 것들입니다."

재고정리는 대체로 오전 11시쯤 끝난다. 이때부터 2, 3시간 동안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시장조사에 들어간다. 내 쇼핑몰에서 어떤 제품이 잘 팔렸는지, 다른 경쟁 쇼핑몰의 인기품목은 어느 것인지, 요즘 뜨는 유행은 어떤 흐름인지,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 시장조사 결과는 가격 조정과 쇼핑몰 상품 배치, 그리고 다음 번 일본 구매계획에 곧장 반영된다. 며칠만 시장조사를 소홀히 하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이 인터넷 쇼핑몰의 현실이다.

오후 2, 3시쯤 주문 확인과 포장, 그리고 반품 요청과 문의 사항에 대한 답변을 올리기 시작하고, 배송은 정확히 오후 5, 6시 사이에 이뤄진다. 택배 담당자가 이 시간에 방문하는 탓이다. 배송을 끝낸 뒤에는 반드시 쇼핑몰 게시판에 운송장번호를 입력해줘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주문한 물건이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 변화를 주는 디자인 작업을 마치면 오후 7, 8시쯤 하루 일과는 끝난다.

한 달에 한두 번 물품구매를 위한 일본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는 기간에는 아내가 주문확인과 배송 작업만 맡아서 해준다.

"굉장히 매여 있는 듯 느껴지지만, 사실 많은 부분은 인터넷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오히려 벤처기업을 할 때보다 많습니다."

지난해 5월 여행삼아 일본을 방문했다가 아울렛과 도매시장을 경험한 뒤 3개월 만에 창업을 결심하고, 또 겨우 1년 남짓한 기간 만에 탄탄한 사업기반을 다진 배경에는 이 대표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일문과를 졸업하고 3년간 기계류 오퍼상을 해 본 덕택에 일본과의 무역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10년간 홈페이지 제작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을 경영해 본 덕택에 비록 전문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혼자 쇼핑몰을 제작하고 관리·운영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인터넷 쇼핑몰이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도 나름대로 터득했다.

"오래 전부터 사이버무역을 해보고 싶었는데, 지난해 일본 여행을 하면서 '아! 이것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죠. 브랜드 운동화의 경우 단가는 비싸지만, 의류 등 다른 분야보다 재고와 유행의 부담이 적어 쉽게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두 달 뒤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일본에서 물품을 구입한 뒤 10월에 곧바로 사이트를 열었습니다. 속전속결이었죠."

이 대표는 "경쟁력 있는 가격에 이윤을 남기고 잘 팔 수 있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사업을 하든지, 아니면 잘 알고 난 뒤에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로 출발한 '소호리'는 이제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사업성을 점검한 뒤 오프라인 점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경험과 시련들이 모두 이 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였다는 생각이 든다는 아내의 말에 더 한층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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