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영남 2중대론

파리에는 6개의 역이 있다. 수도인 파리에서 프랑스 전역으로, 유럽 각 도시로 가는 거점역이다. 가령 중부의 리옹시와 남부 지중해 연안의 마르세유로 가려면 파리 리옹역에서 열차를 타야 한다. 보르도 지방이나 스페인으로 가려면 오스테를리츠역, 깔레에서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가거나 네덜란드로 가려면 갸 드 노르드(북역)가 시발점이다. 모든 철도는 파리로 통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물론 국철과 지방 철도가 거점 대도시에서 산골까지 전역에 연결돼 있긴 하다. 총 연장이 약 2만9천㎞다. 그러나 운행 횟수나 거리 등을 감안할 때 불편하다는 게 현지 사람들 말이다. 프랑스 지도를 보면 곰 가죽을 좍 펴 놓은 것 같은 모양새다. 효율 면에서 보면 철도가 파리를 축으로 방사상 형태로 발달한 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중앙집권적 국가라는 역사적 배경이 모든 것을 파리 중심으로 만든 근본 원인이다. 오죽하면 다른 지방으로 가려면 파리를 찍고 가야 훨씬 빠르고 편하다는 말이 나왔을까. 프랑스에는 고속버스도 없다.

수도권 규제완화로 시끄럽다.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얄팍한 표 계산 때문에 수도권 챙기기에 나선 탓이다. 소위 '영남 2중대론'도 잡아놓은 물고기 먹이 줄 일 없다는 말과 같다. 어차피 지방 표는 야당에 가지 않으니 급한 제 볼일부터 보겠다는 심보다. 말로는 둘이 같이 가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지방에 그 지겨운 양보를 또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이 먼저 발전해야 지방을 견인할 수 있다는 명분인데 조선시대부터 지금껏 들어온 뻔한 소리다. 실신 위기의 경제에서 수도권을 먼저 살리는 게 급선무라면 과거 경제 좋을 때 지방에 뭘 한 게 있나.

이런 논리가 통하지 않으니 심지어 "수도권 손발 묶으면 지방이 발전하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낸다. 이미 패러다임은 도시 간 경쟁체제가 대세다. 그런데도 배지 떨어질까봐 눈치나 보니 지방은 죽어 나자빠져도 수도권 먼저 살리는 게 효과적 수단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게다. 지방은 오그릴 것도 펼 것도 없도록 방치해 놓고 모든 걸 서울로 통하게 해 놓으면 과연 나라가 사는지 반문하고 싶다.

지방도 거점을 만들어 놓아야 나라가 산다. 국가공단도 있어야 하고, 허브공항도 필요하다. 대기업 본사도 와야 한다. 그게 싫어 수도권에 몰리게 방치한다면 차라리 갈라서는 게 맞다. 수도권이 살아야 한다. 맞는 말이다. 아울러 지방도 살아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산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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