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아버지'였던 선비들이 '아들'에게 쓴 편지를 한 자리에 모은 책이다. 이황과 유성룡, 이식,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백광훈,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등 학자, 관료, 문인 등 10명의 아버지들이 자식들에게 보내는 당부, 가르침이 주된 내용이다. 그렇다고 엄한 아버지의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편지에서 조선의 아버지들은 매서운 훈계와 함께 애틋한 정도 담았다.
연암 박지원은 안의현감으로 있을 당시 서울 집에 있던 아들 종의가 손자 출산소식을 알리자 대뜸 아들에게 편지를 써 태어난 손자의 이마는 넓은지, 정수리는 평평한지 얼굴 생김새를 자세하게 거론하지 않았다고 투정을 부린다. 안정복은 경전 읽기 등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꼼꼼하게 적기도 했다.
읽는 재미로만 따지면 단순하고 심심한 책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뜻을 재미로 따질 수 있으랴. 우리가 알고 있던 평소의 아버지와는 또 다른 '아버지의 고뇌'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양대 정민 교수의 간결한 문장 속에 담은 깊은 뜻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덤이다. 편지의 한문 원문은 책 뒤쪽에 따로 모았다.
아들·딸에게 편지를 써 본 적이 있던가? 유려한 문장은 아니더라도 오늘 아들에게 편지나 한통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그런 책이다. 352쪽, 1만3천원.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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