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채보상·경삼감영·2.28공원…녹지축으로 연결 어떨까

[대구 도심 재창조] ⑤도심 공원녹지축 가능하다

▲ 헬기에서 내려다본 대구 도심에는 드문드문 초록색이 눈에 띄었지만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채 고립된 모습이었다. 아래쪽 국채보상공원에서 위쪽으로 멀리 보이는 달성공원까지 녹지축을 조성하면 대구는 그야말로 푸른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헬기에서 내려다본 대구 도심에는 드문드문 초록색이 눈에 띄었지만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채 고립된 모습이었다. 아래쪽 국채보상공원에서 위쪽으로 멀리 보이는 달성공원까지 녹지축을 조성하면 대구는 그야말로 푸른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도시에서 도심이 심장이라면 공원녹지는 허파다. 도심 속 공원녹지는 사람들이 만남을 약속할 때 가장 쉽게 떠올리는 곳이고, 쉼터이고, 빌딩숲 속에서 그나마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이다. 세계 각 도시가 공원녹지축을 보다 넓고 길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대구 도심에도 공원녹지가 3곳 있다. 경상감영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2·28기념중앙공원은 대구를 대표하는 공원이다. 하지만 도심 허파로서는 함량미달이라는 게 중론이다. 공원의 특색도 없고, 점점이 떨어져 응집된 역할도 못하고 있다.

◇대구 도심 속 무색무취의 공원

조선조 경상감영이 자리했고 선화당, 징청각이 있는 경상감영공원(1만6천500㎡)은 이미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됐다. 어르신들이 바둑이나 장기, 화투를 즐기거나 산책하는 공간이다. 젊은 발길을 찾기 어렵다.

그 중 크다고 할 수 있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4만2천509㎡)은 평일 점심시간 외에는 인적이 드물다. 화합의 광장에 행사나 이벤트가 있을 때만 사람들이 반짝 모인다. 달구벌대종 앞에는 인라인스케이트나 스케이드보드 묘기를 부리는 청소년 몇몇뿐이다. 나뭇잎이 천장을 이룬 오솔길 벤치에는 노숙자가 잠을 청하고 있다.

2·28기념중앙공원은 그 중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공간이지만 그것도 버스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기 때문이다. 2·28공원만의 색깔은 전혀 없다.

이렇듯 대구를 대표하는 3대 공원은 차이점이 전혀 없다. 공원을 만들면서 공원마다 가질 수 있는 특색, 특성을 무시하고 벤치와 꽃과 나무만 버티고 있는 근린공원으로 조성됐기 때문이다. 대구 천혜의 하천자원인 신천으로 가기에는 너무 멀고 걸어가기도 어렵다. 달성공원으로도 마찬가지다.

공간활용도가 낮다면 면적은 클까. 그것도 아니다. 법적으로 도시공원의 확보기준은 1인당 6㎡ 이상이다. 대구 중구에는 공원이 10곳 있지만 1인당 공원면적은 2.94㎡에 불과하다. 부산 중구는 공원이 3곳밖에 없지만 1인당 5.79㎡에 이른다. 공원 1곳마다 면적이 크고 집중돼 있다. 서울 중구는 1인당 13.94㎡(52곳)나 된다.

◇서울은 이미 거대 녹지축 만들기에 나섰다

서울은 '도심 속에 자연을 돌려달라'는 시민의 염원을 현실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도심 속에서 '남산의 다람쥐를 종묘로 보내는'거대 자연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다. 도심 속에 '거대 허파'를 만들어 도심을 재생시키는 '미션 임파서블'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는 '도심재창조 프로젝트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남산~퇴계로~세운상가~종묘~창경궁을 잇는 녹지문화축을 이미 만들기 시작했다. 폭 90m에 1km의 장대한 길이(전체 9만㎡)로 도심 속에 부족한 공원녹지를 보충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쾌적한 녹지축을 만들어 시민들을 흡입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1단계로 기존 세운상가의 2분의 1을 철거하는 재개발 방식으로 폭 70m, 길이 90m의 녹지광장을 내년 3월까지 완공한다. 2단계에는 청계천~을지로(폭 90m, 연장 290m)구간을 2012년까지, 3단계에는 을지로~퇴계로(폭 90m, 연장 500m)를 2015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녹지축 조성에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공모전을 열었을 정도로 '열린 정책'을 펴고 있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관계자는 "녹지축은 앞으로 북한산에서 관악산까지 연결되며 이는 도심을 관통하는 남북축의 핵심이 된다. 청계천과 녹지축이 접합해 독특한 친수(親水)공간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구 도심 녹지축 불가능하지 않다.

이런 상상을 해보자. 신천에서 국채보상공원을 지나 2·28기념공원~경상감영공원~달성공원을 잇는 장대한 녹지축이 연결된다면 대구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전국적으로 기염을 토하는 대구 폭염을 공원녹지라는 방패가 막아주고,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장대하게 이어지면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국 최초로 도심 속에 2.9km의 장대한 녹지축이 재생되는 것이다. 굳이 초고층 빌딩을 짓지 않아도 '녹색 대구, 컬러풀 대구'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랜드마크가 되지 않을까. 이는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대구시는 옛 연초제조창 부지에 문화창조발전소를 짓는 동시에 수창공원(가칭)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경상감영공원과 곧 정비될 달성공원의 한 중간에 수창공원이 들어서면서 공원녹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수창공원 일대 북성로 지역은 단층건물이 많고 대구 중심지보다 상대적으로 집값 등이 저렴한 것을 감안하면 이 곳의 대로변과 소도로, 골목길에 적합한 가로수를 많이 심고 보행하기 쉬운 거리로 만들어 '도심 속에 녹지축'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대구시는 녹색도시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담쟁이 도시'를 만드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신천~국채보상공원~2·28기념공원~경상감염공원을 잇는 대로변의 각 주택, 상가, 건물 등에 담쟁이덩굴을 조성하는 것도 녹지축 조성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시는 이미 반월당네거리~대구역 구간에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만들어 시민들의 보행권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녹지공간을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의 의지만 있다면 담쟁이 건물의 증·개축, 개·보수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각종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설득해 나갈 수 있다. 이 밖에도 가로수 사이에 녹지대를 만들고, 상가나 주택 앞 화단 조성 등도 녹지축 만들기의 한 방법이다. 물론 횡단보도 설치 등 충분한 보행여건이 만들어진다는 전제 아래서다.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정석 교수는 "예전에 서울시청 앞은 승용차를 섬기는 작은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같은 곳이었지만 푸른 광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면서 녹색공간이 가져다주는 큰 효과를 깨닫게 됐다"며 "남산~종묘를 잇는 녹지축 건설은 서울시민에게 자연을 돌려주면서 그보다 몇 배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이며 보다 쾌적한 도심 재생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재경·서상현기자 사진·이채근기자

▲ 대구 도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녹지축 조성은 생각해볼 만한 프로젝트다. 달성공원에서 경상감영공원까지는 조성 예정인 수창공원을 고리로 해서 연결하고 신천~국채보상공원~2·28기념공원은 가로녹지로 연결해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녹지로 이어주면 된다. 대구시의 의지만 있다면 현실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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