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시식코너에서 맛을 본 친구 몇몇이 '좀 보내달라'고 부탁하길래 누군 주고 누군 안 주기도 뭣해 친목계원들과 친한 동창들에게 쫙 돌렸습니다."
부산 출신으로 포항에 사는 김석호(45)씨는 지난 17일 오후 구룡포에 나가 부산과 서울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친구 30여명에게 과메기 1두름씩을 택배로 부쳤다. 껍질 벗기기에 서툰 친구들이 먹기 좋도록 아예 손질해놓은 과메기와 미역·쌈상추·고추·마늘 등 야채, 초고추장이 함께 포장된 세트였다. 김씨는 "60여만원을 들였지만 고맙다는 답례전화를 너무 많이 받아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초겨울 날씨로 접어들면서 포항이 벌써부터 과메기로 들썩거리고 있다. 본고장인 구룡포와 생산거점인 죽도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주부들이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 또는 외지 지인들을 연결해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아파트 과메기 가게'도 잇따라 등장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철 장사로 웬만한 봉급쟁이보다 나은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룡포에서 과메기를 대량으로 사온 뒤 손질해 같은 아파트주민들의 야식과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는 주부 김모(42·포항 용흥동)씨는 "선물용으로 집에서 몇 번 다듬어 봤는데 '장사해도 되겠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3년째 부업을 하고 있다"며 "작년만큼만 된다면 아들의 학원비는 벌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포항시가 과메기를 지역 대표식품으로 키우면서 유명세가 더해져 시장규모도 커지고 있다. 포항시는 요즘 사람 셋만 모이면 과메기를 내놓을 정도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6일 포항에서 열린 전국바다낚시대회에 참가한 수백명의 낚시객들도 모두 과메기를 맛봤다. 시식용으로 적잖은 양을 내놨기 때문이다.
또 15일 내연산에서 열린 라이온스클럽 경북지구(355-H) 등반대회장에도 구룡포 주민들이 시식코너를 마련했고, 지난달 25일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도 무료 시식행사를 열었다.
김순태 포항시 경제산업국장은 "싸고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겨울 식품으로 과메기만한 토속음식이 없다"라며 "특히 불황 속에서 맞는 겨울인 탓인지 올해는 초입부터 시장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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