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정치권에도 정치후원금 '한파'

여의도 정가도 경제위기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정기국회가 막바지에 이른 지금쯤이면 정치자금 모금액의 연간한도를 채우는 의원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예년같지 않다. 주가과 펀드가 반토막나면서 돈이 말라버린 유권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정치인들에 대한 후원금 기부도 끊어버린 것이다.

연말에는 각 의원들이 10만원이하의 소액 정치헌금 모금에 적잖게 신경을 쓴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마저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10만원이하의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연말정산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지만 서민경제가 크게 어려워진 상황에서 적극적인 모금에 나섰다가 '고통분담에 나서지않고 정치자금만 모은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연말에는 국회의원들이 돈 쓸 곳이 많다. 선거때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인사도 해야하고 지역구의원의 경우, 연초에 의정보고서를 제작, 배포하는데만도 최소한 3~4천만원이상이 든다. 당협위원장으로 지역구 사무실을 운영하는데도 적잖은 돈이 든다.

재선급이상들은 이미 나름대로 후원금 모금 노하우를 터득해놓고 있어 큰 걱정은 하지않는 분위기다. 대부분 지난 총선때 올해 한도를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직 인지도가 약하고 후원회조직이 단단하지 않은 초선의원들은 경제위기의 한파를 그대로 맞고 있다. 대구의 배영식(중·남구), 조원진(달서병) 의원 등은 연말정산때 돌려받을 수 있는 소액 헌금에 크게 기대를 걸고있다.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업을 하는 지인들에게 수백만원씩의 후원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구보다는 지인들과 동문들을 통해 소액후원금을 모금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조 의원은 최근 소액후원금을 통해 7~8천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그나마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기상대 이전 문제를 이슈화고 예결위 활동을 통해 의정활동을 하는 모습이 부각되면서 소액후원금이 다소 늘었다는 것이다.

서상기 대구시당위원장은 40여명의 시당부위원장들이 매달 50만원씩의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 서 의원은 지난 달까지는 차질없이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내년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역경제가 최악인 상태에서 후원금이 제대로 들어오겠느냐는 것이다.

국토해양위와 지식경제위 등 이른바 노른자위 상임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원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산하 기관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에 잔뜩 기대를 걸었지만 올 하반기부터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뚝끊겼다고 털어놨다.

재선급 이상은 초선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역시 내년 이후가 걱정이다. 지역 한 중진의원은 "지금껏 정치후원금에 기대지 않고 정치를 해왔는데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상황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 등 인기정치인과 실세정치인들의 후원회계좌는 이미 연간한도를 넘어서 계좌를 닫은 경우도 적지않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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