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줄로 읽는 한권]인간에 대한 예의 없는 글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왕자웨이 감독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삶은 아프다. 그 아릿한 자리를 사랑이라고 하자. 화양연화. 삶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 꽃은 가지를 찢고 피지 않던가? 그는 또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삶은 아름답다. 그 환한 자리를 사랑이라고 하자. 화양연화. 삶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 꽃은 어렵게 피었나니 소나기 한 번에도 지나니. 꽃이 피고 지는 순간처럼 삶은 짧다. 삶을 표현하는데 시도 길다. 하이쿠도 길다. 꽃잎이 바람부는 허공에 남긴 침묵이라면 모를까."

『영화 불교와 만나다』유응오 지음/ 아름다운 인연 펴냄/297쪽/1만2천원

"화가 김호석이 그려낸 우리 시대의 풍속화는 어떤 순간에도 저버리지 않아야 할 사람에 대한 믿음이 어린 날 부르던 동요처럼 맑게 울린다. 그 나뭇잎 배를 타고 우리는 잃어버린 여백을 찾아간다. 수묵화처럼 서로에게 스미고 번지는 것. 여백이 끝없는 평화의 주제가 되는 시간. 그렇게 우리도 서로를 물들이며 살아간다. 여린 반딧불이의 빛을 감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들불의 시간을 기다리며 신뢰할 수 있겠는가."

『내 영혼의 그림여행』정지원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283쪽/1만3천원

문근영이라는 젊은 여배우의 아름다운 나눔에 거짓 이념의 덫을 놓는 이들의 역겨운 비겁함은 글쓰기에 대한 책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세상에 내어 놓는 글은 인간에 대한 따뜻함으로 가득차야 한다. 비록 자신의 주장이라 할지라도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면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며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자가당착에 다름 아니다. 세상의 온기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시간, 두 책은 희망의 꽃을 활짝 담고 있다. 중국의 누란에서 발견된 미라의 붉은 비단 옷에 새겨진 천세불변(千歲不變)이라는 사랑의 약속에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유응오, 그는 영화를 통해 "주인공들이 남루하고 피폐한 삶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감"을 주목한다. 또한 대중가요로 더 잘 알려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시인 정지원은 그림을 통해 "갈등과 대립, 반목과 불신을 뛰어넘는 힘은 세상을 향한 평화로운 시선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삶이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릴 때, 어쩌면 영화와 그림은 오락성과 상업성이 강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저자는 영화와 그림을 통해 삶이 외로운 줄타기가 될수록 세상을 건너는 방법은 오히려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누지 않고 가지려고만 하는 세상은 암울하다. 결국 지금의 금융위기라는 것도 자신의 것만을 찾으려한 아둔한 인간들의 욕망이 가져온 것은 아닌가 싶다. 두 책을 읽는 내내 좋은 책, 책임 있는 글쓰기를 느낀다. 날 선 바람이 더더욱 우리에게 헐벗음을 재촉하고 있는 오늘, 그야말로 우리에게 사랑이 없다면 이 겨울은 또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전태흥 여행작가 (주)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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