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바이올린은 아름다운 소리와 그 희소성 때문에 경매가만 무려 20억 원이 넘는 '명품의 대명사'로 꼽힌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소리의 비밀이 관심사였는데 최근 미국 콜롬비아대 연구팀에 의해 그 비밀이 밝혀졌다. 바로 날씨 때문이라고 한다. 小氷河期(소빙하기)로 불릴 정도로 추웠던 17, 18C의 날씨가 바이올린을 만드는 단풍나무를 추위에 시달리게 하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재목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단오 놀이의 하나로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라는 풍습이 있다. 그해에 대추가 많이 열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단옷날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작은 돌을 끼워 놓는 풍습이다. 조상들은 또 대추나무에 소를 매어 두어 뿌리를 밟거나 줄기에 비벼대게 했다. 이렇게 하면 대추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 열매를 많이 맺는다고 한다. 나무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뭇결이 단단해지거나 번식을 위해 열매를 많이 맺게 된다.
동물도 스트레스에서 예외는 아니다. 영국인들은 청어를 즐겨 먹는다. 이 때문에 북해까지 가서 청어를 잡곤 했다. 하지만 청어는 장거리 운송과정에서 대부분 죽기 일쑤였다. 북쪽 바다에서 잡은 청어를 먼 거리에 있는 런던까지 싱싱하게 살려서 갖고 가는 것이 어부들의 과제였다. 이때 한 어부만 살아 있는 청어를 런던까지 운반해서 파는 것이었다. 다른 어부들이 비결을 물었다. 이 어부는 청어가 들어있는 통에 메기를 한 마리씩 집어넣으면 통 속에 들어 있는 수백 마리의 청어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는 바람에 싱싱하게 살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몇 마리는 먹이가 될 수밖에 없지만 나머지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물고기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도 적당한 긴장관계는 삶을 윤택하게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이어지면서 경제성장, 민간소비, 설비투자, 물가, 환율 등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경제가 휘청대면서 실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곳곳에서 구조조정과 명퇴 등 서슬 퍼런 칼바람이 몰아칠 태세다. 직장인의 87.3%가 감원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요즘 국민 모두가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동식물의 사례에서 보듯 적당한 스트레스는 약이 되지만 지금의 스트레스는 독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홍석봉 중부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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