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기침체속 사교육 시장 '지각 대변동'

영어 공교육 강화와 학원비 제재 방침에 이어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학원·교습소 등 사교육시장이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 학원가에 따르면 영어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영어학원은 증가추세를 보이는 반면 다른 과목의 학원들은 침체상태에 빠졌다. 특히 가정들이 소비지출을 줄이면서 서민층이 많은 동네 학원들에는 수강생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서구 비산동의 A학원 이모(43) 원장은 "새로 등록하는 학생은 거의 없고 학원을 그만 다니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학원비를 제때 못 내거나 깎아달라는 학부모들도 많아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영어학원이 생겨나면서 기존 학원의 수강생들이 유출되는 일도 잦다. 북구 침산동 B학원 원장은 "최근 인근에 새 학원이 몇 개 들어서면서 학원간 수강생을 뺏고 뺏기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며 "서울의 유명 프랜차이즈 학원 하나가 들어오면 기존 학원들은 큰 타격을 받는다"고 전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원은 2006년 말 3천264곳에서 올해 10월 3천615곳으로 10.7%(351곳) 늘었다. 교습소는 2006년 말 2천815곳에서 3천470곳으로 23%(655곳), 같은 기간 개인과외는 2천770곳에서 3천265곳으로 17%(495곳) 증가했다.

전체 학원·교습소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과목별 희비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영어교육 강화 방침의 영향으로 외국어학원은 같은 기간 358곳에서 466곳으로 30% 증가했다. 입시(보습)학원은 1천264곳에서 1천439곳으로 13.8%(175곳) 늘었다. 반면 속셈학원은 178곳에서 124곳으로 30%(54곳), 컴퓨터학원은 121곳에서 104곳으로 14%(17곳) 줄었다. 미술학원은 2006년 302곳에서 2007년 323곳으로 다소 늘었다가 10월 현재 318곳으로 약간 줄었다.

학원 관계자는 "학원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얼마후 문을 닫거나 '속빈 강정'처럼 운영이 부실한 학원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학원 관련 법률 개정 조짐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적정 수강료 유도 등의 정책 변화도 학원 운영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학원과 개인과외교습 수강료를 계좌이체로만 받고 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데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 6월부터 학원 적정 수강료 산출시스템을 활용해 적정 수강료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구시학원총연합회 김병화 회장은 "불황이 지속되면 규모가 크고 유명한 학원은 버티지만 동네의 작은 학원들은 운영이 더욱 어렵게 돼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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