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산업정보대학 보석감정과 김종근(43) 교수는 다이아몬드의 마술사다. "보석계의 지존(至尊), 다이아몬드의 값은 희귀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이아몬드 하면 무색 투명한 보석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다이아몬드 원석의 90%는 갈색이고, 색깔이 무색에 가까워질수록 희귀하고, 값이 비싸지는 것이죠." 김씨는 또 "유색이라 하더라도 아주 진한 색깔(Fancy)은 잘 발견되지 않는다"며 "이런 다이아몬드는 무색보다 오히려 더 비싸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흔하디 흔한 갈색 다이아몬드를 무색이나 보기 드문 유색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어떨까.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올라갈 뿐 아니라 보다 싼값에 다이아몬드를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김씨는 이 같은 다이아몬드 처리 기술에서 독보적 권위를 쌓아가고 있는 인물. 이 분야 전문가는 대구경북에서 채 5명을 꼽기가 힘들고, 국내 전체를 통틀어도 흔치 않다.
이처럼 다이아몬드 색깔을 변화시키는 기술의 핵심은 원석의 특성을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이아몬드의 99.9%는 탄소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 0.01% 안에 질소'붕소 같은 수많은 불순물이 존재합니다. 다이아몬드의 색깔은 이 같은 탄소와 불순물의 결합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김씨는 "탄소와 불순물 사이에는 공극(빈자리)이 존재하고, 퍼즐을 맞추듯 공극을 조절하면 색깔이 달라지는 원리"라며 "전자빔을 쏴 결합 구조를 바꾸면 색깔이 달라지고, 나중에 열로 고정하면 색깔이 계속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까지 다이아몬드 처리 기술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색깔은 옐로'그린'핑크 계열 정도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훨씬 더 많은 색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말이 쉽지 다이아몬드의 화학 구조를 바꾸기란 결코 간단치 않은 일이다. 간단한 물리적 특성이야 눈으로 관찰할 수 있지만 수천'수만가지의 구조 타입을 정확하게 구별하는 작업은 인간의 시각적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다이아몬드의 결합 형태를 바꾸려면 화학 구조부터 완벽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보통의 기계로는 화학 구조까지 밝혀낼 수 없기 때문에 FT-IR(적외선), LIV-VIS(가시광선'자외선) 분광기라 불리는 특수 장비가 필요하죠. 하지만 국내 감정 기관 가운데 이런 장비를 도입한 곳이 드물고, 혹 장비를 갖췄다 하더라도 데이터를 해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씨는 "분광기에 다이아몬드를 올려놓으면 파장별로 수많은 피크를 이루는데, 이론과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다"며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대구경북권 대학은 경북대'대구산업정보대학 두 곳 뿐이며, 한양공대'서울시립대 등 수도권 대학들까지 산업정보대학 분광기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대학(84학번)에서 지질학(광물학)을 전공한 김씨가 본격적으로 다이아몬드 처리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4년 전부터다. 당시 대구산업정보대학이 보석감정과를 신설하면서 같은 대학 환경관리 강의를 맡고 있던 김씨가 초대 교수로 옮겨오게 된 것. 그는 "다이아몬드 감정이 기능적 측면을 강조한다면 다이아몬드 처리 기술은 학문적 성격이 강하다"며 "평범한 것을 값지게 만드는 처리 기술은 다이아몬드 대중화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