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줄로 읽는 한권]자본주의의 위험한 강자 논리

"오늘날 부자 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가난한 나라의 시장을 장악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경쟁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을 설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 며 '나쁜 사마리아인'처럼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 (나라가 부자가 되려면 중에서) "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 펴냄/383쪽/1만4천원

"대학에서 경제학을 들어보면, 자본주의가 야기하고 있는 문제(환경파괴, 산업재해, 빈부격차 등)들은 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서 '살짝' 벗어나 있기 때문이라더군요. 그러니까 시장에 맡기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해요. 그런데 균형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서 그렇다는 말은 참 무서운 것 같아요. (왜 알아야 하죠 중에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임승수 지음/ 시대의 창 펴냄/328쪽/1만5000원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오늘, 야만적인 신자유주의는 서민들의 목줄을 죄며 그 본질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절박한 시점에 한가한 경제학 타령이냐고 탓을 한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또한 그 문제의 대안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두 책은 의미가 있다. 오늘날 국가가 국민의 혈세로 금융위기를 초래한 은행을 다시 구제하고 면죄부를 주고 있는 현실은, 자본주의 체제가 마치 영원히 끊을 수 없는 윤회(輪回)의 사슬을 강요하는 듯하다. 자본주의는 강조한다. '현실에 순응하라, 기회는 온다' 윤회사상의 본질 또한 간명하다. '현실에 만족해라 그래야만 내세가 보장될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와 윤회사상은 인간이 운명에 순응하기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닮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강자의 논리다. 자본론식으로 말하면 가진 자, 즉 자본가의 논리라는 뜻이다.

두 저자는 공히 자본주의의 또 다른 얼굴인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위험하고 강자의 지배논리인지를 말한다. '시장의 논리'와 '경제발전의 원리'로 무장한 세계화의 노래가 가난한 나라에게 혹은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어떻게 황당한 교리로 주입되어 왔는지를 폭로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모습을 지니지 못한 자본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를 경고하고 있다. 이는 마치 계급을 타파하고 윤회의 사슬을 끊고자 했던 부처의 말씀과 일치한다. 한때 세상의 변화를 꿈꾸었거나, 아니 지금도 세상의 희망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또한 나이가 들어 그 꿈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 부끄러워하는 이들에게 두 책의 일독을 권한다. 젊은 날의 영혼을 먹고 사는 문제로 팔아버린 남루한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면서….

전태흥 여행작가 (주)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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